서울광장앞 역주행車에 9명 사망
68세 남성 운전자 급발진 주장
중상 1명-경상 3명 등 13명 사상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68세 운전차량 인도 돌진… 보행신호 기다리던 시민들 덮쳐
서울광장앞 교통사고 9명 사망
교차로 한복판-횡단보도-차도 등
피해자들 여기저기 쓰러져 아수라장
목격자 “천둥소리 같은 굉음 들려”
심하게 파손된 가해차량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 사고를 낸 가해자가 몰던 제네시스 G80. 운전석과 뒷좌석 문이 심하게 파손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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