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최정 추락’ 단정 짓기 이르다”

이홍렬 기자 2024. 7. 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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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배 최하위 밀려 충격
전문가들 일시적 난조에 무게
왼쪽부터 한국 여자바둑 1위 최정, 황룡사배 우승자 저우훙위, 일본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우에노 아사미. /한국기원

충격적인 한 주였다. 최정(28) 9단이 제10회 황룡사배서 1승 6패, 8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10년 가깝게 ‘여제(女帝)로 불리며 세계 여자 바둑을 장악해 온 그로선 상상도 못 했던 성적표였다. 우승은 중국 저우훙위(22·6승 1패)에게 돌아갔다.

풀리그로 펼쳐진 이번 대회에선 예상 밖 결과가 속출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판도가 만들어졌다. 핵심은 최정의 이번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냐, 새판 짜기의 신호탄이냐 하는 것이다. 이영구(대표팀 코치) 9단, 박정상(전 여자 대표팀 코치) 9단, 송태곤(바둑TV 해설위원) 9단 등 3인의 견해를 들어봤다.

◇최정 시대 끝난 것일까

세 명 모두 “최정 왕조의 붕괴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단과 동행했던 이 코치는 “일시적 컨디션 저하로 보인다. 몸이 아픈 적도 없었다”고 했다. 피로 누적으로 장기(長技)인 수읽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 9단, 송 9단은 “국제 대회를 하나쯤 더 치러봐야 확실한 답이 나올 것”이라며 결론을 유보하면서도 최정의 건재(健在)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 9단은 “황룡사배 직전 10연승을 달린 기사가 한 대회 부진했다고 쇠락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이가 패인? 심리 조절 실패?

최정은 올해 만 28세로 서른이 눈앞이다. 이번 황룡사배 출전자 8명 중 둘째로 많은 나이다. 하지만 최고령 참가자인 리허(32)가 3위를 차지함으로써 부진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릴 수도 없게 됐다.

박 9단은 “실력이 강화된 추격자들의 집중 공세에 심리적 위축이 쌓이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봤다. 송 9단은 “익숙하지 않은 리그 방식으로 매일 대국하는 바람에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거대한 변화의 첫발

이번 결과가 꿈쩍도 않던 여자 판도에 지각 변동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엔 3명 모두 공감했다. 송 9단은 “전체적으로 실력이 뚜렷이 향상됐다. 특정 기사 독주 현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코치도 “오래 양강 체제를 이끌어온 최정과 중국 1위 위즈잉(27) 모두 예전처럼 편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위즈잉은 국내 예선 탈락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현 시점 세계 베스트5

현재 기준 세계 톱5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박 9단은 ①최정 ②위즈잉 ③김은지 ④저우훙위 ⑤우에노 아사미를 지목했다. 이영구 코치는 ①최정 ②김은지 ③저우훙위 ④위즈잉 ⑤우에노, 송 9단은 ①최정 ②우에노 ③저우훙위 ④김은지 ⑤위즈잉 순이었다. 순위는 엇갈렸지만 한·중 각 2명, 일본 1명으로 구성된 5명 진용은 완전 일치했다.

◇눈여겨보고 있는 기사

김은지와 스미레 이름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송태곤 9단은 “1년 뒤면 김은지와 최정이 여자 정상을 다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구 코치는 “김은지가 놀랄 만큼 인공지능에 특화돼 있다”고 했다. 스미레에 대해선 3명 모두 “수읽기의 힘이 대단하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장 중”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우이밍(18)과 탕자원(19), 일본 우에노 리사(18) 등 신예들의 부상(浮上)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여자 4위 우이밍에 대해 박 9단은 “재능을 타고나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3인이 내린 결론은 “상향 평준화로 춘추전국시대 진입 가능성이 열렸지만 열쇠는 최정이 쥐고 있다. 신예들의 급성장도 변수”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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