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테쉬, 동남아·남미 끌어들여 이커머스 시장을 美와 양분하려는 것”

방현철 기자 2024. 7. 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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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중국 플랫폼 연구학자 서봉교 교수가 말하는 ‘알테쉬’
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는 지난달 21일 인터뷰에서 알테쉬의 글로벌 공세에 대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선 미국이 전 세계 표준을 장악하기 전에 지금은 손해 보더라도 해외 진출을 열심히 해서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중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테쉬’(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공세가 거세다. 작년 전 세계 소비자들이 국제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많이 쓴 플랫폼은 미국 아마존으로 점유율이 24%였지만, 2~4위는 알리 익스프레스(16%), 쉬인(9%), 테무(7%)로 셋의 점유율을 합하면 아마존보다 높다. 한국에선 올 1분기(1~3월) 중국발 해외 직접 구매(직구)가 1년 전보다 54%나 늘었고, 그 결과 해외 직구 중 중국 비율은 57%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알테쉬 공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달 21일 만난, 중국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을 연구하는 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런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 알테쉬의 글로벌 공세

- 중국 이커머스는 왜 한국에 몰려 왔나.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 오션’ 시장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로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란 상징성이 있는 미국이나, 성장 가능성이 크고 기존 유통 시스템이 낙후된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들이 중국 이커머스의 주요 타깃이다. 다만,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글로벌 진출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시장이라 보고 공략하는 것이다.”

- 개도국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는?

“동남아를 사례로 들어보겠다. 동남아에선 쇼피(shopee)나 라자다(Lazada) 같은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다. 그런데 중국 텐센트가 쇼피 모회사의 지분 39.7%를, 테무 모회사 판둬둬가 쇼피 지분 16.5%를 갖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라자다 지분 83%를 갖고 있다. 겉으론 현지 플랫폼 같지만, 실제 지분을 보면 중국계다. 물론 알테쉬 이름으로도 직접 들어가고 있다.”

중국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을 연구하는 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는 지난달 21일 인터뷰에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런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 미국에선?

“기존 미국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어 쉽지 않다. 작년 미국 1위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마존으로 점유율이 37%에 달한다. 그 뒤를 월마트 6.4%, 애플 3.6%, 이베이 3% 등 미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다만 알리, 테무 등이 무료 이벤트를 하면서 앱 다운로드가 확 늘어나 신규 앱 다운로드 기준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 알테쉬는 왜 글로벌 공세에 나서나.

“중국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였다. 하지만 작년 중국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1조616억달러로 규모만 보면 2위 미국(6695억달러)의 2배 가까운 시장으로 키웠다. 중국 국내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었으니,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 알테쉬의 경쟁력은 저가뿐?

- 중국 이커머스 경쟁력은 저가에서 나오지 않나.

“중국 이커머스가 단순히 중국 재고 밀어내기나 관세를 물지 않을 만큼 싼 상품을 팔기 때문에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소비 습관이 변하는데, 그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잘 적응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전 세계 소매 중 전자상거래 비율은 2015년 7.4%에서 작년 19.4%로 급증했다. 게다가 이커머스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구매와 결제가 엄청 늘어 90%쯤 차지한다. 중국은 2022년 기준 소매 중 전자상거래 비율이 27.2%나 돼서, 전세계에서 비율이 가장 높다. 그렇다 보니 중국은 스마트폰 구매와 결제에 특화된 데이터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픽=백형선

- 중국 이커머스의 기술 경쟁력은 뭔가.

“중국은 과거 맞춤형 광고 등에 대한 규제가 없던 틈새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발전시켰다. 스마트폰은 구매와 결제가 인터넷보다는 간편하지만 높은 보안과 인증 기술이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가상 서버)와 연결도 잘돼야 한다. 실시간 구매 상담 등을 하려면 인공지능(AI) 자동 통번역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중국은 스마트폰 기반의 데이터 처리 기술과 비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를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정도에 와 있다.”

- 중국 이커머스는 미국을 얼마나 따라왔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알고리즘, 인공지능 등 클라우드 인프라 역량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급성장했다. 클라우드의 국가별 매출액 비율은 미국이 36.7%로 여전히 1위지만, 중국이 16%로 뒤쫓고 있다. 3위 독일 3.2%, 4위 일본 2.9% 등과 비교하면 두 나라 비율이 엄청나다. 이 같은 투자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이 나오는 것이다.”

◇ 한국이 알테쉬와 경쟁하려면

- 알테쉬가 한국 이커머스를 장악할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뢰 이슈가 핵심이다. 1만원 이하 중저가 제품은 살 수 있지만, 100만원, 200만원 짜리를 알테쉬에서 살 수 있느냐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국내에선 맞춤형 광고 규제가 강하다. 해외에서 맞춤형 광고로 성장한 알테쉬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갖고 한국에서 맞춤형 광고를 할 수는 없다. 이런 경쟁력은 한국에서 안 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장악하긴 힘들어 보인다. 다만, 한국 플랫폼의 수익 기반이 취약해 무너지면, 동남아처럼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 카카오, 토스 등에 중국 지분이 들어와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 중국 이커머스가 미국을 제압할까.

“미·중이 자기 플랫폼만 쓰게 할 수는 없다. 장벽을 쌓아 이커머스를 강제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이 그런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국 이커머스는 미국이 전 세계 표준을 장악하기 전에 당장은 손해 보더라도 해외 진출을 열심히 해서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 ‘알테쉬’는 동남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해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미국과 양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향후 어떤 기술 표준을 도입할 것인가를 두고 미·중 간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중국은 QR코드 결제를 밀고 미국은 애플페이가 되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를 미는 식이다.”

- 한국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나.

“국경 없이 벌어지는 글로벌 이커머스에서 중국만 타깃으로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중 간 이커머스 플랫폼 전쟁 중에 그나마 입지를 유지하려면, 국내 업체들의 혁신을 막는 과도한 맞춤형 광고 규제 등을 풀고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는 "미·중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 패권 전쟁 중에 그나마 입지를 유지하려면, 국내 업체들의 혁신을 막는 과도한 맞춤형 광고 규제 등을 풀고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 글로벌 결제 시장 잠식하는 中위안화

“위안화 국제화로 만든 수수료 싼 결제 시스템도 알테쉬 경쟁력”

서봉교 교수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만든 자체 위안화 결제 시스템이 기존 달러 결제 시스템보다 싼 환전 수수료 경쟁력을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이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글로벌 성장은 위안화 국제화와 연결이 되나.

”위안화 국제화가 됐기 때문에 중국 이커머스가 글로벌 결제를 싸게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인민은행은 2015년 위안화 기반의 국제 결제 시스템인 CIPS을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은 기존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 비해 환전 수수료에서 비용 경쟁력이 있다. 은행이나 대기업은 기존처럼 스위프트(SWIFT)를 이용한 달러 결제를 선호하지만, 소액 전자상거래는 수수료 등을 아끼기 위해 중국이 구축하거나 중국 기업이 중심이 된 국제 결제망을 이용하는 걸 선호한다. 위안화 국제화가 중국 이커머스의 글로벌화를 견인하는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결제 업체를 인수하기도 하던데.

”대표적인 게 2019년 알리바바가 영국계 글로벌 결제 업체인 월드퍼스트를 인수한 것이다. 브렉시트로 영국 핀테크 업체들이 어려워지자 전격 인수했다. 월드퍼스트를 이용하면 은행 계좌가 없어도 스마트폰 번호만 있으면 저렴한 국제 송금이 가능하다. 수수료는 은행에 비해 최대 50% 이상 싸다. 중국 위안화 결제 시스템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도 월드퍼스트라는 이름으로 다가가면 기꺼이 이용하게 된다.”

―글로벌 결제 업체 사용은 얼마나 늘고 있나.

”한국은 신용카드가 우선이지만, 전 세계 트렌드는 다르다. 모바일 전자 지갑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카카오페이처럼 돈을 넣어 둔 뒤 사용하는 방식으로 국제 결제를 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모바일 전자 지갑 시장에선 미국 페이팔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중국 알리페이, 월드퍼스트 등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서봉교 교수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 칭화대 경제경영학부에서도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 삼성금융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현재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와 역서로는 ‘중국경제해석’(역서) ‘중국 경제와 금융의 이해’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 교수의 중국경제입문’(역서) ‘일대일로 다이제스트’ ‘중국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도전: 한국 경제에 대한 정책적 함의’ 등이 있다.

☞CIPS(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국제 간 은행 간 결제 시스템)’의 약자로, 위안화를 매개 통화로 해서 국경 간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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