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늘었지만 매출은 글쎄…면세 업계 회복 전망은 [TF초점]

우지수 2024. 7.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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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객 1년 새 60% 증가, 매출액 상승은 5% 그쳐
롯데免 비상경영체제 선언…임금 삭감, 희망퇴직 등 예고

최근 면세점 업계가 팬데믹 이후 회복이 더딘 상황에 국내 매출액 1위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지난 5월 23일 인천공항제2터미널 한 면세점 패션, 액세서리 매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처가 좀처럼 낫지 않는 모양새다. 관광객 감소의 큰 원인으로 꼽혔던 팬데믹이 사그라든 뒤에도 시장 회복이 더디자 업계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오프라인 매장 크기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나섰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 1위 업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서자 불황에 대비하는 업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이 늘어난 것에 비해 판매 금액 상승 폭이 작았다. 지난 5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 수는 82만 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60%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9381억 원에서 9852억 원으로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람은 많아졌지만 돈 쓰는 사람은 줄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가 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가는 일명 보따리상의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관광객이 물건을 많이 구입할수록 수익이 난다. 다만 지금처럼 보따리상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면 보따리상과 중개 항공사에게 면세점 업체가 지급하는 수수료가 많아진다"며 "경기 불황, 고달러, 엔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최근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관광객 비중이 줄고, 쇼핑만을 즐기는 관광 문화가 줄어든 점도 면세점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개별 여행이 늘고 시내면세점 쇼핑보다 서울 시내 홍대, 성수동 등 체험 관광 상권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을 하는 비율은 85%로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대비 9%p(포인트) 증가했다. 단체여행객 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면세점 소비 비중은 중국인 관광객 쇼핑 수요가 현지 하이난성 면세점 밀집 지역으로 몰리면서 더 줄었다. 하이난성에는 17개 축구장 면적 면세점이 12개가 모여 있고, 성수기 기준 하루 평균 7만 명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면세점 숫자도 축소됐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지난 2019년 13개에서 8개로 줄었다. 전국 범위로는 22개에서 16개가 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면세점 쇼핑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관광이 유행을 타면서 면세점 업계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덕인 기자

국내 면세점 업체 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8196억원을 기록했지만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국내 매출액 2·3위 업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분기 각각 59억원, 72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전년 동기 대비 영입이익이 70% 넘게 줄었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7일 임원 급여 삭감, 인력 구조조정, 오프라인 매장 축소 등 계획을 담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특히 국내 시내면세점 중 가장 넓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규모를 35% 가량 축소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 6월 4599㎡(약 1391평) 규모로 확장 개점했지만 이를 다시 줄이기로 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임원 급여를 20%씩 깎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조직 슬림화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조직 축소 규모와 일정 등은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 결단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구조조정보다는 관광객 수요 변화에 사업 구조를 맞추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온라인 주류 판매 채널을 늘리고 위스키와 와인 등을 찾는 관광객을 겨냥한다. 신세계면세점은 해외 캐세이 항공사 고객 대상으로 구매 적립금을 더 챙겨주는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8월 중국 명절, 휴가철 등 일시적인 매출액 증가는 기대된다. 하지만 경기가 나아져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고, 이들의 면세점 구매가 크게 늘지 않는 이상 업계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업계는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부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업황이 회복되는 시기를 준비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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