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리필제품이 더 싼 줄 알았는데…" 황당한 가격표 [이슈+]

김영리/유채영 2024. 7. 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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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 생필품
리필제품이 본품보다 비싼 경우 있어
업계 "판촉 정책 따라 가격 역전된 것"
/사진=김영리 기자


"요즘 장보기는 거의 뭐 '숨은 가격 찾기'죠. 요즘 '100mL당 가격' 비교 안 하면 손해봐요."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생활용품 코너에서 만난 40대 이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0mL당 가격은 항상 가격표 구석에 깨알같이 쓰여 있지 않냐"며 "리필은 더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데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든다"고 꼬집었다.

60대 주부 성모 씨도 "통에 담긴 본품이 사용하기 편한 건 당연하지 않냐"며 "환경보호 차원에서 리필을 써야겠다고 생각해도 본품이 더 저렴한 경우에는 리필에 손이 잘 안 간다"고 전했다.

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은 본품을 한 번 사고 나면 리필제품을 구매해 채워 쓰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환경에 유리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비닐로 포장된 리필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 값이 덜 들어 더 저렴할 것이라는 소비심리도 작용한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들이 사이에서 "동일 제품 기준으로 100mL당 가격을 따져보면, 본품이 리필제품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자주 보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영리 기자


이날 마트를 둘러본 결과 실제로 동일 브랜드의 같은 생활용품을 기준으로 본품이 리필보다 더 저렴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예컨대 A사의 섬유유연제는 본품 2L 제품에만 할인이 적용돼 100mL당 645원이었고, 2.6L 리필 제품은 용량이 더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0mL당 897원으로 39.06% 더 비쌌다. 보통 대용량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소비심리가 있으므로, 가격표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자칫 리필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다.

B사의 세제는 정가로 비교해도 본품의 가격이 리필보다 2.75%(100mL당 가격 기준) 더 저렴한데, 여기에 본품에만 1+1 할인 혜택이 적용돼있었다. 1+1 혜택까지 감안하면, 본품은 100mL당 265원, 리필은 100mL당 545원으로 리필제품이 2배가량 비싸다. 소비자가 굳이 리필을 구매해 집에서 기존 용기에 옮겨 담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제기됐다. 일부 생활용품에서 리필제품이 더 비싸다는 문제를 제기한 영상들은 많게는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플라스틱 용기 덜 쓰려고 일부러 불편 감수하고 리필 쓰는 건데 리필이 비싸기까지 하면 어쩌냐", "리필 제품은 (플라스틱) 통 가격이 빠진 건 줄", "리필이 더 비싼 건 선 넘었다", "리필제품 용량이 더 크길래 당연히 더 저렴한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본품보다 리필제품의 가격이 더 비싼 경우와 관련, 생활용품 생산 업체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리필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유통 채널과의 가격 조율 과정에서 판촉 전략 등의 이유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리필용 비닐 용기라고 해도 어떤 뚜껑을 사용하는지, 어떤 소재인지에 따라 포장재의 단가가 모두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리필제품이 본품보다 비싸야 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 포장재 친환경 인증 업체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동일 상품을 담는 포장재를 기준으로 플라스틱 용기와 리필용 비닐 시트의 무게만 물리적으로 비교해봐도 플라스틱 용기가 비닐보다 3배가량 더 무겁다"고 설명했다. 환경적 측면에서 리필용보다 본품용 용기가 합성수지도 더 많이 쓰이고, 환경에도 더욱 부담을 주는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과도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리필제품의 취지에 맞게끔 리필 구매를 조금이라도 더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면서 "사용하는 포장재의 단가를 고려하더라도 리필제품이 더 비싼 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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