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눈호강

정상도 기자 2024. 7.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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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직접 본 건 2022년 봄이었다.

그해 4월 5일부터 5월 29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특별전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가 열렸다.

제주 특별전은 앞서 2020년 1월 소장자이던 손창근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했기에 가능했다.

제주 특별전에서 봤던 '세한도'와 '불이선란도'를 떠올리며 지난 주말 부산박물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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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직접 본 건 2022년 봄이었다. 그해 4월 5일부터 5월 29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특별전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가 열렸다. 추사는 1844년 제자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줬다. 추사의 제주 유배는 1840년부터 8년4개월 동안 이어졌다. 고난의 시기, 세한(歲寒·한겨울 추운 날씨)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 ‘세한도’와 한국·중국 문인 20명이 쓴 22편의 감상글까지 덧붙여진 15m(1469.5㎝) 길이 두루마리였다.


제주 특별전은 앞서 2020년 1월 소장자이던 손창근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했기에 가능했다. ‘세한도’가 탄생한 제주에서 ‘세한도’를 봤으니 눈호강도 이런 눈호강이 없다. 기증자인 손 선생의 결단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화유산 수집가인 손 선생 이력은 부고와 함께 다시 한번 소상하게 알려졌다. 지난 11일 향년 95세로 별세한 사실이 17일에야 가족을 통해 뒤늦게 전해졌다. 단출한 가족장은 고인의 뜻이라 했다. ‘용비어천가’ 초간본, 추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모두 304점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던 2018년 11월에도 그랬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존해달라. 내 물건에 대해 ‘손 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

제주 특별전에서 봤던 ‘세한도’와 ‘불이선란도’를 떠올리며 지난 주말 부산박물관을 찾았다. 특별기획전 ‘수집가 傳-수집의 즐거움 공감의 기쁨’이 막바지다. 지난 4월 26일 시작해 오는 7일 끝난다.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대표 기업가들이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유산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그룹 고 이병철·고 이건희 회장, 아모레퍼시픽 고 서성환·서경배 회장, 화승 고 현수명·현승훈 회장, 눌원문화재단 신성수 이사장이 모은 고미술품 60점을 선보인다. 나란히 놓인 백자 대호와 달항아리 2점 등 백자 3점 앞에 한참 머물렀다. 6월 30일 기준 누적 관람객이 6만3953명이다. 수집가의 마음을 시민에게 전(傳)하자는 취지에 시민이 공감한 셈이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수집-위대한 여정’이 마련됐던 부산시립미술관(2022.11.18~2023.1.29)엔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므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로 생각한다’는 고인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눈호강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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