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젠더정책 실종, 22대 국회서 복원·강화해야

2024. 7. 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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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순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배재대 초빙교수

요즈음 젠더 정책이 사라졌다. '교제 살인' 이 하남, 거제, 강남 등 여러 지역에서 빈발해도 정부는 어떤 정책적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밀양 성폭력사건이 유튜버에 의해 다시 거론되고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침묵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젠더 갈등'의 정치화로, 금번 정부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으로 젠더 정책은 무력화되어 왔고 급기야 실종 상태다. 2018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여성들에겐 국가가 없다"라고 외치던 청년여성들이 떠오른다. 그 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필자는 그래도 함께 만들어 갈 국가가 있다는 희망을 설득하고자 했는데 무망한 말이 된 듯하다.

젠더 정책 분야에서는 기본적인 용어와 방향을 놓고 여러 부분에서 대립이 있어 왔다. 성평등 대 양성평등 용어 대립,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찬성과 반대,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여성정책 사업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여성, 성평등, 성인지, 성인권 등의 이름이 붙은 사업은 거론조차 회피하고, 그 결과가 젠더 정책의 위축과 예산 삭감이었다. 이는 비단 여성가족부 사업만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상담실 예산도, 교육부의 대학인권센터 예산도 삭감되었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민간과의 협치 방식으로 이루어져 온 사업들이다. 정부가 모든 사업을 공무원을 뽑아 직접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민간단체들과 함께 하는 거버넌스 방식의 정책 운용은 국제적으로도 보편화된 방식이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닦아온 역량과 협치 관계는 부정당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차별과 불평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여성과 약자들에게 결국 돌아가게 되는데도 말이다. 오죽하면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제9차 한국정부 심의에서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개선권고까지 했겠는가.

지난 6월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별격차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순위를 146개국 중 94위로 매겼다. 전년 대비 11계단 순위가 상승했으니 좀 나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첫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92위를 기록한 이래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순위에 별 변동이 없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이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021년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성별 격차 수준과 빈번한 젠더 폭력, 그리고 정부의 물렁한 대응을 떠올리면 실질적 선진국이라고 보기 어렵다.

젠더 정책의 복원·강화는 불평등 축소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 발전을 이루기 위한 4대 현안 과제인 저출산·고령화, 지역균형 발전,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에 젠더 이슈가 내재되어 있다. 젠더를 진심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4대 현안과제의 해결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젠더 정책의 복원과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유명무실해진 정책 추진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총선 전 정부·여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맥락에서 내놓은 여성가족부의 보건복지부로의 흡수안은 퇴보적 방안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빨리 임명하여 부처를 정상화하고 발전적 강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침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은 인구부 또는 돌봄청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이것을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 강화와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인구전략기획부'가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예산 투자를 집중했던 경제기획원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것은 그냥 현재의 기획재정부가 해도 충분할 것 같다. 지난 60년간 기획재정부 조직은 크게 발전했고 또 근본적으로 저출산 대책이 경제개발정책과 성격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성평등 정책 강화와 돌봄 사회 촉진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부총리급 부처 신설을 통해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고 앞으로 한 발 나아가는 게 해법이지 싶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 시원한 정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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