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총선서 극우정당 선택한 프랑스 국민들, 1차 투표서 RN 1위

박영서 2024. 7.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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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투표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국민들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게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개표 결과 마리 르펜이 이끄는 RN은 33.1%의 득표율로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RN은 기존 정당들이 외면하는 문제들, 즉 사회 불안정, 대규모 이민, 이슬람 문제, 민생고 등을 파고들어 민심을 움직였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선거 다음 날인 1일 오전 이같은 선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RN은 33.1%의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은 28%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은 20%를 득표해 3위로 참패했습니다. 공화당은 6.7%를 득표했습니다. 1차 투표 참여율은 66.7%였습니다. 지난 2022년 총선 1차 투표율 47.5%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보들은 총 76명입니다. 정당별로는 RN 39명, NFP 32명, 앙상블 2명 등입니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합니다.

RN의 지지세 확산은 프랑스 내 이민자 급증이 초래한 사회 불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고물가 등 사회·경제적 불안이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로써 RN은 제1당을 거머쥐면서 의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프랑스 정치 시스템에서는 의회 다수당이 정부 운영권을 쥔 총리를 배출하는 게 관례라 RN은 창당 약 52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1972년 처음 탄생한 지 5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1960년대 말 대규모 학생·노동자 시위가 벌어지며 정치적 불안정과 급진 좌파 운동이 부상하자 극우 세력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흩어져 있던 극우 세력을 한 지붕 아래 모은 건 알제리전 참전용사 출신의 정치인 장 마리 르펜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RN의 중심인 마린 르펜 의원의 부친입니다.

장 마리 르펜은 1972년 10월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을 창당했지요. FN은 반공주의, 민족주의,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내세웠으며 프랑스의 주권과 전통적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 성향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성향 탓에 초창기 FN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분류됐었지요.

사실상 '왕따' 취급받던 FN이 프랑스 유권자들 눈에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02년 장 마리 르펜이 대선 2차 투표에 진출했을 때입니다.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8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FN이 18%나 득표하면서 프랑스 정치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FN이 대중적 지지 기반을 넓혀가면서 주요 정치 세력으로 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이후의 경제 불황은 많은 프랑스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불안정은 FN의 반이민, 반세계화, 반EU 기조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1년 마린 르펜이 부친의 뒤를 이어 당 대표에 오르며 당의 이미지 쇄신 시도를 본격화합니다. 마린 르펜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급진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탈(脫)악마화' 전략을 썼습니다. 그의 이런 노선은 특히 2015년 파리 테러 등으로 사회 불안이 커지면서 더 지지를 받게 됐지요. 지난 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31.5%를 득표해 압승을 거두며 프랑스 정치권의 중심 세력으로 급부상했고, 이번 조기 총선에서도 의회 1당 자리를 확정지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극우 RN 승리의 여파가 유럽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는 4일 총선을 앞둔 영국 등 유럽에서 우향우 기조가 더욱 빨라질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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