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뭐가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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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핀란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이며, 행복한 선진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스위스와 핀란드를 방문하여 스위스의 국민투표 운동을 주도했던 엔노 슈미트 씨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이끌었던 헬싱키대 헤이키 힐라모 교수를 인터뷰하였는데, 이들로부터 솔직한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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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핀란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이며, 행복한 선진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 두 나라가 기본소득과 관련한 실험을 비슷한 시기에 단행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스위스는 2016년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80만원)을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투표 결과 국민의 77%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핀란드는 2017년과 2018년에 실업자를 대상으로 매월 560유로(약 83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하였으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가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얼마 전 스위스와 핀란드를 방문하여 스위스의 국민투표 운동을 주도했던 엔노 슈미트 씨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이끌었던 헬싱키대 헤이키 힐라모 교수를 인터뷰하였는데, 이들로부터 솔직한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유는 막대한 재원의 조달 방안이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슈미트 씨는 처음부터 스위스 국민의 다수가 기본소득에 찬성하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으며 스위스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획은 대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힐라모 교수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했던 배경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으로 인한 재정 압박이 심했고, 기존의 복지제도가 복잡하여 이를 간결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당시의 집권 중앙당이 주도했던 기본소득 실험은 처음부터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에 가까웠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 전에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도입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활성화로 방향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는 뒷얘기도 전해주었다.
슈미트 씨와 힐라모 교수는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국가와 코로나19 팬데믹과 AI의 등장이라는 상황에서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드러난 미국에서는 기본소득이 의미가 있겠지만 스위스,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수명을 다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본소득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높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힐라모 교수는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관대한 최저보장소득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서울시에서 실험 중인 안심소득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체계는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으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해 기존의 복잡한 개별 복지제도를 고도화시킬 것인가 혹은 보다 간단하고 사회적 낙인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든 제도로 재구조화할 것인가를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실험하고 있는 안심소득은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되어 정의로우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한국형 복지제도이다. 안심소득이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세계적인 제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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