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팬덤정치 원조 獨·中의 상반된 해법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4. 7. 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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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는 '삼체(3 Body Problem)'다.

1960년대 중국에서 문화혁명을 겪으며 아버지를 잃고 인간 본성에 회의감을 갖게 된 과학자가 외계로 메시지를 보내 벌어지는 이야기다.

히틀러는 현란한 언변을 무기로 선거마다 승리한 대중정치인이었다.

조금만 권위를 내세워도 꼰대라 공격받는 한국에서 철 지난 팬덤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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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 앞세운 文革 과오에도
中공산당, 마오쩌둥 격하 안해
히틀러 팬덤 폐해 겪은 독일은
다당제 개편해 절대권력 방지
민주당 全大 '개딸' 투표 전락
정당민주주의 붕괴 위험 신호

상반기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는 '삼체(3 Body Problem)'다. 1960년대 중국에서 문화혁명을 겪으며 아버지를 잃고 인간 본성에 회의감을 갖게 된 과학자가 외계로 메시지를 보내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 흥행작에 중국인들은 분노했다. 문화혁명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문화혁명 실상과 비교하면 드라마는 '순한 맛'에 불과하다. 마오쩌둥 사상 외의 다른 모든 것을 용납하지 않는 홍위병들 앞에서 사회질서는 완전히 파괴됐다. 10대 홍위병들이 휘두른 폭력에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된 지식인이 수백만 명을 헤아린다. 국가주석 류샤오치와 인민해방군 원수 펑더화이도 그들 중에 하나였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궁지에 몰려 있던 마오쩌둥은 홍위병들의 광기 어린 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했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뒤에도 공산당 지도자들은 감히 그를 격하할 생각을 못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변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마오 사후 5년이 지나서야 마오의 좌편향 오류와 함께 공산당의 집단적인 과오에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마오를 완전히 격하해 버리면 공산당 1당 독재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오쩌둥 초상화가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버젓이 걸려 있는 이유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 답습하는 법. 공산당은 2022년 당헌을 바꿔 국가주석 3연임 제한을 없애 버리고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과 1인 지배체제 발판을 마련했다. 문혁 시절 10대들이 마오쩌둥의 어록을 들고 다니며 외웠던 것처럼 중국 중고생들은 시진핑 사상을 필수교과로 배우고 있다.

나치 독일도 히틀러의 팬덤정치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겪었다. 히틀러는 현란한 언변을 무기로 선거마다 승리한 대중정치인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국가 재정과 국민 자존감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는 아리안 민족의 부흥을 외쳤다. 지지자들은 광적인 팬덤으로 변해갔다. 반대정파를 탄압하고 황제처럼 권력을 독점해도 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주었다. 대가는 엄청났다.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독일 병사와 민간인 60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히틀러가 죽고 2차 대전에서 패한 뒤 독일의 반성은 문혁 이후 중국과 달랐다. 다시는 정치적 광풍이 나라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지방분권과 다당제를 중심으로 정치제도를 바꿔 특정 정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할 수 없게 됐다. 여러 정당이 연정을 꾸려야만 집권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았다.

조금만 권위를 내세워도 꼰대라 공격받는 한국에서 철 지난 팬덤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3김 시대에도 보지 못한 팬덤정치 광풍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고 있다.

감히 이재명 대표에 맞서 당대표 선거에 나설 '용자'는 한 명도 없고, 최고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이들은 정치철학을 내보일 생각은 하지 않고 충성경쟁에 바쁘다. "당연히 대표는 이재명(당대명)이 되어야"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집권준비의 출발점" "대표님의 뒷모습은 세상 모든 무게를 함께 나눠진 듯". 옮겨 적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들이 '명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것은 이 대표 극렬지지층, '개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이 대표와 다른 말을 하면 홍위병식 공격이 가차 없이 쏟아진다. 토론과 비판을 질식시키는 팬덤정치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 170석 거대정당에서 당 대표 경쟁자가 없어 찬반투표를 고민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정당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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