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말뫼의 눈물

2024. 7. 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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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3년 반 동안 북유럽 소강국 스웨덴 주재 대사로 근무했다.

우리 대통령의 최초 국빈방문 행사 준비를 위해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를 방문했다.

말뫼는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방에 있는 인구 34만명의 작은 도시다.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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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3년 반 동안 북유럽 소강국 스웨덴 주재 대사로 근무했다. 우리 대통령의 최초 국빈방문 행사 준비를 위해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를 방문했다. 양국 관계를 위해 중요한 행사였기에 뭔가 양국 간 인연도 있으면서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담긴 행사 일정을 만들고 싶었다.

말뫼는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방에 있는 인구 34만명의 작은 도시다.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도시다. 스웨덴이 조선업으로 한창 잘나가다가 경쟁력을 잃고 우리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겨 말뫼의 상징과도 같은 코쿰사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를 받고 현대중공업에 팔아넘겨야 하는 비운을 맞은 적이 있다. 크레인이 분해되어 배에 실려 항구를 떠나가는 날 말뫼 주민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모두 항구로 나와 크레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스웨덴 언론은 크레인을 실은 배의 모습과 함께 '말뫼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였고, 방송은 배가 떠나는 장면을 바라보는 주민들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보도하였다.

그 후 말뫼에는 새로운 시장(市長)이 선출돼 조선업이 쇠퇴하며 황폐해진 말뫼를 어떻게 재생시킬 것인가를 논의하였다. 말뫼는 친환경 혁신도시로 거듭났다. 배를 건조하던 도크가 있던 곳은 자연친화적인 주거 지역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빗물을 지역에서 활용한 후 순환시켜 정화한 후 바다로 흘러나가게 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새로 조성되는 주택단지에는 집마다 최소한의 면적에 식물 조경을 하도록 의무화하였다. 또한 이 지역에는 주차장이 없다. 주민들은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권하고 있고 대신 주민 편의를 위해 친환경 시내버스가 주택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정류장 체계를 새롭게 만들었다. 말뫼에는 친환경 주거 지역만이 아니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있다. 창업을 위해 말뫼시 당국이 지원과 보조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오늘날 말뫼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첨단 혁신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말뫼는 스웨덴 남서쪽 끝에 있는 도시로서 덴마크 코펜하겐과 '외레순드'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다. 말뫼가 도시로서 다시 성장하려면 결국 유럽 대륙의 거대한 시장과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말뫼시는 주민들과 논의한 끝에 스웨덴 말뫼와 덴마크를 연결하는 해상 브리지를 건설하였다. 이것이 바로 '외레순드 브리지'다. 이 다리는 16㎞의 4차로로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를 지나면 덴마크 동쪽의 가장 큰 섬인 셸란섬과 지하도로로 연결된다. 말뫼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 스톡홀름이 아니라 코펜하겐 공항을 이용한다고 한다. 외레순드 브리지를 건너면 스톡홀름보다 훨씬 가깝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말뫼의 친환경 주거 지역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둘러보면서 나는 울산을 생각했다. 내가 말뫼를 방문할 당시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의 추격을 받아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나는 한국의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과연 우리는 울산 같은 조선업 도시를 어떻게 다시 살려야 할지를 말뫼에서 찾아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후 우리 조선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 탱크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선박 건조에서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다시 찾았다.

[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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