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사과값이 중요해진 이유

최근 당정이 밝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이다. 체감물가 안정 시금석으로는 사과가 있다. 지난해 이상 기후 직격탄에 가격이 급등하며 금(金)사과 논란이 불거졌는데, 당분간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 같다.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 가중치는 3.8%로 높지 않다. 다만 체감 물가에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국민이 자주 사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은 23개가 포함돼 최다 비중을 차지한다. 2%대 물가에도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커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사과는 국민 1명이 연간 9.7㎏을 먹어 감귤에 이어 두 번째로 소비가 많다. 물가 가중치(2.3)는 전체 과일 중 가장 크다. 그만큼 가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물가 영향력이 높다.

문제는 국민 과일인 사과를 둘러싼 구조 변화 속도다. 급격한 한반도 아열대화로 최근 30년 새 산지가 35% 줄었다. 사과는 온대과일이지만, 적당한 저온이 필요하다. 날이 더우면 색이 나지 않아 상품성이 뚝 떨어진다. 국내 최대 재배 비중(67%)을 차지하는 후지는 원산지가 일본 아오모리다. 위도상 백두산과 비슷한 위치다. 현 사과 품종이 처음 들어온 곳도 북한 원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난화 현상과 관련해 "사과 재배 면적 감소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안이한 태도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기후공습 강도가 어느 나라보다 크다. 국토까지 좁아 농산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한다. 한국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주요국 중 1위인 까닭이다. 이상 기후를 견디는 품종과 노지 스마트팜 기술 보급을 늘리면서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개편하는 데 정책 방점을 찍어야 한다.

소비 확대 추세도 공급 다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4년간 30% 이상 가격이 뛴 상위 과채는 오이, 딸기, 포도, 사과가 있는데 이들은 농가 소득 상위 품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며 신선 과채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제한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사과가 40년여 만에 최대 흉작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도 올해 사과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부분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국의 경제 사령탑이 사과를 놓고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보다 장기적인 처방을 이행하는 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김정환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