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업은 마이크론, 삼성·SK에 도전장… HBM 점유율 20% 목표

1억달러 지원금 등 수혜 기대
'점유율 3위' 9%서 맹추격 나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던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층 키우겠다는 의미로,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지원 정책을 쏟아내는 만큼 과점 체제가 흔들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만년 3위'에 머무르던 마이크론은 최근 HBM을 앞세워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진행한 2024년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설명회에서 HBM 시장 점유율을 내년까지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이크론은 "2024년과 2025년 회계연도의 HBM은 이미 매진됐고 내년에는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에 상응하는 HBM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론이 올해 1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21.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HBM 시장에서도 2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마이크론이 예고한 대로 HBM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시장 구도에는 균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는 양강 체제지만 3강 구도로 변화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HBM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HBM 주문 물량이 내년까지도 타이트하다"면서 "올해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비중이 두 자릿수 퍼센트로 올라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HBM 점유율 추격 계획을 구체화한 마이크론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는 반도체 패권을 쥐고자 자국 중심의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 지원 정책의 수혜 기업으로서 지난 4월 61억4000만달러(약 8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고 여기에 세제 혜택 등 직간접적인 추가 지원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한편 후발주자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을 1년 앞당기기로 했고 2028년까지 HBM 등 인공지능(AI)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날부터는 그룹 내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도 신설·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최근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HBM을 중심으로 하반기 반도체 사업 전략과 기술 계획을 논의했다.

한편 마이크론 외에 중국 기업들도 HBM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HBM 반도체 제조를 위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과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SCMP는 "화웨이의 최신 HBM 칩 개발 계획은 한국의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약 50%의 시장 점유율을 장악한 상황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