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에 걸려 온 대통령실 ‘7070’ 전화 정체는…“기밀, 北에서도 본다”

이혜영 기자 2024. 7. 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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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7070’ 전화 주체 둘러싼 공방…정진석 “기밀 보안 사항”
김태효 “尹, 격노한 적 없어…궁금한 건 실무자에 수시 전화”
윤재순 “대통령실 인원·사무실, 수시로 늘어나고 줄어들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놓고 여야가 또 정면충돌했다. 야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전화한 대통령실 유선번호 '02-800-7070' 발신자 정체를 공개하라는 공세를 폈지만 참모들은 일제히 "기밀" 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수사외압 의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을 부인하며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22대 국회 첫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1일 여야와 대통령실 참모진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에 걸려 온 '02-800-7070' 번호의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격론을 폈다. 

'800'은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유선번호 앞자리다. 쟁점이 된 작년 7월31일은 윤 대통령의 격노설 진원지인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던 날로 이 전 장관은 이 회의가 끝난 직후 '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안보실 회의가 끝나고 02-800-7070으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간 후 일사천리로 일처리가 된다. 왜 그랬을까"라며 "누가 전화했기에 국방장관이 움직이나"고 물었다. 

이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장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에게건 수시로 전화하는데 안보실 회의에서 이 사건이 보고되지는 않았다"며 "그날 일과 이 사건은 제 지식으로는 연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7월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의원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비서실장에게도 해당 유선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에 나선 두 사람은 모두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장 실장은 우선 "제 번호는 아니다"며 "제가 알기로 저희는 4자로 시작한다"고 해명했다. 정 비서실장 역시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전화 회선 관리 관련 질문을 받은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비서실은 수시로 인원이 늘어나고, 사무실이 늘어나고 줄어든다"며 "그때마다 전화기가 설치되고 철거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사용하던 회선이 내부 조정으로 현재는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같은 당 곽상언 의원은 재차 해당 번호를 언급하며 "기밀사항이냐, 아니냐"고 정 비서실장에게 질의했다. 

정 실장은 난색을 표하면서 "지금 이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北)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기밀 사항인만큼 전화를 건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격노'가 실제로 있었는 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제히 부인했다. 

고 의원이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는지를 묻자 김태효 차장은 "(대통령은)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앞에서 화를 낸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당시 관련 보고를 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그런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곽 의원이 "어느 정도 이야기하면 격노냐"라고 묻자 김 차장은 "목소리 톤이나 표정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내용에 대해 성실하지 않았다고 질책할 때가 화를 낼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야권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판단하는 게 순서"라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채상병사건은 법률 판단으로 넘어갈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가 없다면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이라고도 했다. 그는 "박 대령이 주장하는 외압은 실체가 아직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면서 "항명 부분은 직속 상관의 정당한 명령과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기소 됐는데 실체와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이 "수사외압엔 전언만 있고, 항명은 실체가 있으니 항명만 받아들이라는 말인가"라고 따져 묻자 정 실장은 "제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비서실장으로) 부임한 지 두 달 밖에 안돼 채상병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전언을 통한 제 판단과 정리한 사항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유선번호 '7070' 전화 주체를 둘러싼 공세를 펴자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왜 민주당 의원님들이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정말 특검할 정도의 문제인지 한 번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정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이에 정 비서실장은 "특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보충적으로 필요할 경우에 실시하는 제도라고 이해한다"며 사실상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운영위 첫 회의를 앞두고 "비정상적인 개최"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온 오랜 관례가 이번에 깨져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야는 대통령실의 자료 제출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이 업무보고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질타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게 협치냐" "갑질"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나" 등 고성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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