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색 추상 회화로 ‘순간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정재원 작가

김승현 기자 2024. 7.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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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재원에게 회화작업은 끊임없이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정재원 작가는 큰 캔버스와 마주 설 때마다 잊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넘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재고케 하며 어느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정 작가는 질서와 균형이 담겨 있는 집합과 나열을 통한 시공간 속 생성 및 소멸 과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하여 시공간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또한, 추상적인 회화를 조각적 측면 및 물체의 물성 그 존재 자체 만으로의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며 질 들뢰즈의 시간론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정재원 작가는 김포 CICA Museum에서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The Scene: Cinematic Moments’을 오는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며, 정 작가와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ast of Eden>, 121.9 x 182.9cm, Coarse, Acrylic on canvas = 정재원 작가

Q.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를 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미국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 (Lower East Side)에서 2019, 2021, 2022 총 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제 작업들이 뉴요커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정말 영광이었고, 귀하고 소중한 시간 들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한국에서의 첫번째 개인전에서 부모님께 직접 저의 작업들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가장 기쁘다.

Q. 이번 개인전 <The Scene: Cinematic Moments>에서의 영화적 ‘순간’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회화에서 표현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개인전에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정적인 이미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의미가 담긴 시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들을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시공간적인 영화적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 속 화면의 transition 기법들 중 검은 화면의 시공간적인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적용해 표현했다.

Q. 개인전에서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순간’에 대한 시공간적 철학 개념이 궁금하다.

‘시간’과 더불어 ‘공간’의 사유를 강조함으로써 ‘생성’과 ‘소멸’의 체계를 표현하고 탐구하고자 했다. 시간은 형태로만 공간화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간이란 ‘죽은’ 시간의 장면인 거죠. ‘순간’이란 그 자체로서도 공간이다. 흘러가는 지속이 연속체인데 대해 그 극한적인 한 계기를 보여준다. 흐름 속의 흐름인 공간성을 포착해야만 생성하는 개체를 논의할 수 있고, 시간의 공간화는 ‘순간’으로서 발현되어진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순간’이 알이자 배아, 역동성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정지에 의해 드러나는 물질성의 계기를 지니지 않는 한, 개체로서 현재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시간 속에서 자기 전재를 하는 것은 논의될 수 없다고 본다.

Q. 이력을 보면 영화 Shadow의 영화 감독, 시나리오 감독으로서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 및 수상자로 선정 된 적이 있다. 다양한 경험이 개인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제가 작업을 하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교 (School of the Art Institute)에서 현상학적인 추상 회화, 사진, 필름을 공부했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 (School of Visual Arts) 석사 재학 시절, 지도 교수 치비 게바 (Tsbi Geva), 제임스 시에나 (James Siena), 게리 스테판(Gary Stephan), 페리 바드 (Perry Bard) 교수님으로부터 대형 회화 작업의 구성과 배치, 철학적인 접근 방식으로서의 추상 회화와 무빙 이미지를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Q. 국내, 국제 아트 페어에서 대부분의 페인팅이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정 작가의 페인팅의 인기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저는 그저 제 작업을 이어갈 뿐이며 이번 개인전을 통하여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저의 작품들을 알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Q. 지난 몇 달 사이 개인전을 열고 단체전, 아트 페어 까지 참가했다. 최근 몇 년간 전시 일정을 빠듯하게 자신을 몰아친 듯이 온몸을 내던져 작업하는 이유와 영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쉴 새 없이 매일 수련하듯이 작업하고 있다. 하루 하루를 부지런하게 보내시는 저의 영감의 원천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오히려 게을러 지고 싶지 않아서, 일정을 빠듯하게 잡으며 작업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쳐 온 피아노를 치며 감정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도 하고, 같은 분야 보다는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셨고 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학, 역사, 문화로 연결되어지는 대화들이 저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최근 저의 영감의 원천은 구스타프 말러의 Adagietto Symphony No. 5 in C-sharp minor이다. 말러의 음악이 이야기하는 죽음, 죽음 이후의 삶, 구원, 존재, 슬픔, 즉 삶과 죽음의 정반대 개념으로부터 큰 영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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