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고령화 리스크:개인데이터 유통 생태계 조성으로 실버경제 선도

2024. 7.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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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대비 의료·돌봄 정책들의 효과를 위해 개인데이터의 적극적 생산·활용이 필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21세기 중반에는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돌봄 문제는 정부나 개인 모두에게 심각한 위기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4조원을 돌파했으며, 진료비 비중은 43%에 달한다. 1인당 노인 진료비는 전체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의 2.5배를 넘어섰다. 또, 2035년에는 65세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30%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돌봄 문제도 광범위한 사회적 불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치솟는 의료비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낮추고 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밀의료가 부상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시행 중이다.

정밀의료와 커뮤니티 케어 같은 정책들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건강 관련 데이터가 잘 축적되고 활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밀의료는 개인별 맞춤 의료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패러다임이다. 정밀의료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임상데이터, 유전체 정보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습관 데이터를 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2015년부터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며 가장 많은 예산을 100만명의 지원자로부터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분석해 정밀의료 활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개인 생활 데이터의 축적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경우에도 살던 집에서 전문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의향이 시설입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효율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 2035년까지 의료 돌봄 분야의 노동력 수요가 생산가능인구의 1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문제를 해결하고자 요양과 돌봄의 디지털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본 최대 보험그룹 솜포홀딩스는 재택 요양원 사업을 통해 요양분야의 혁신을 이루고 있는데 정보기술(IT)과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이 주요한 요인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 센서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해 보조 로봇, 사고 예방 감시 시스템 등을 개발해 돌봄 현장의 인력부담을 최소화하고, 노인의 병력과 복용 중인 약 등 기본정보는 물론 식사 횟수와 식사량·수면 패턴·활동량 등 노인 생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개별 맞춤형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이렇듯 재택의료·재택요양이 활성화 되려면 개개인들의 데이터를 더 잘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개인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단'을 개소하고 5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정밀의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29년까지 임상정보, 유전체, 공공데이터와 개인 보유 건강정보를 통합해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마이데이터 측면에서도 개인의 헬스데이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1년 2월 '의료 마이데이터 생태계조성'을 위한 마이 헬스웨이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마이 헬스웨이는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개인 의료데이터를 앱 등을 통해 손쉽게 받아 확인할 수 있고 본인이 제공하고자 하는 곳으로 보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그러나 정밀의료나 커뮤니티케어 등의 활용정책이 성과를 내고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실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여러기관에 흩어져 존재하고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넘어서 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생활습관 데이터등 헬스관련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개인데이터 공급생태계 구성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 거버넌스 필요

개인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 생태계 구축은 기업보유 데이터의 공유 생태계 활성화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다. 개인 데이터 유통에 있어서 개개인이 공급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이므로, 개인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데이터 협동조합이 그 새로운 거버넌스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이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생산자 또는 소비자가 모여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조합해서 만드는 단체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의료나 돌봄등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이터 협동조합을 민감한 개인 데이터에 대한 생산과 공유 생태계의 공급자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협동조합은 데이터가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현한 개념이다. 데이터 협동조합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개인 각자가 데이터의 주체로서 권리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개인 데이터를 모으고 공유하며 데이터 제공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인 데이터의 공급 측면에서 개별 구성원의 데이터를 효율적인 방식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으며 수요자와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기업은 개개인과 일대일 관계를 맺는 대신 데이터 거래를 관리하는 협동조합과 단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축적된 데이터 활용으로 신규사업자도 시장진입이 용이해 질 수 있다.

특히, 데이터 협동조합은 건강 데이터 확보를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로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강 데이터의 가치 측면에서 정밀의료와 같이 개인화된 건강 연구는 수백만명의 개인 데이터 집합에 의존하기 때문에 데이터 협동조합처럼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 협동조합 운영 측면에서도 건강 데이터는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평등한 운영에 적합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같이 개인이 데이터경제 중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지금까지 서로 다른 플랫폼에 잠겨 있거나 데이터 주체의 동의 없이 액세스할 수 없는 데이터 유형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 다양한 사업자와 연구자의 시장진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협동조합 개념

◇개인데이터 수요/공급 생태계 조성 지원 정책 필요

데이터 협동조합이 정밀의료나 커뮤니티 케어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공급자로 생태계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인 데이터 수요시장 확보와 초기 참여자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들이 데이터 협동조합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용한 혜택을 제공할 명확한 데이터 수요자 기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협동조합이 일정규모의 참여자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가치있는 데이터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 협동조합은 플랫폼 사업자들처럼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입자를 늘려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의미있는 규모의 참여자를 확보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초기에 개인 데이터 공급자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종 질병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데이터 협동조합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2023년 암환자 대상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 포함 환우회 커뮤니티가 정보를 얻는 주요채널이고 그 채널의 정보 신뢰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병만이 아니라 돌봄 관련으로도 활성화된 커뮤니티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내부에서 공유되던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임상 데이터를 비롯해 기존에 관리되지 않았던 다양한 생활습관 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개인 데이터 공급생태계의 초기 기반을 구축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데이터 제공을 통한 유용성이 확실히 예측되지 않는다면, 데이터 협동조합 방식의 운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공급 생태계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데이터들을 활용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수의 서비스 사업자들이 초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 데이터의 수요, 공급시장을 동시에 만들어 내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데이터바우처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개인 데이터 수요기관을 지원해서 데이터 협동조합이 개인 데이터 공급자로서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개인 데이터 유통시장과 같은 새로운 모델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술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개인 데이터의 생산, 활용을 통해 국민의 편익과 산업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정책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실증사업을 통해 새로운 개인 데이터 활용모델들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법률적, 기술적, 운영적인 사항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고령화 사회에서 개인 데이터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의료와 돌봄의 질을 높이고, 실버경제를 선도하는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K-DATA) yunhj@kdata.or.kr

〈필자〉

KT 빅데이터사업지원단장(전무)과 KTDS 신사업수행총괄(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30년간 KT에 몸담으며 데이터 관련 사업을 총괄했다. 아울러, 공공데이터 전략위원 등공공분야 데이터 정책 수립 및 방향도 함께 제시해왔다.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데이터 전문가로 평가받는 그는 2021년 11월 제5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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