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만명 넘어선 '尹 탄핵청원'…마냥 웃을 수 없는 민주당?
국회 홈페이지 접속 지연 사태까지
"관련 법령 따라 처리" 입장이지만
탄핵 역풍 우려에…강성 지지층 무기력감 불러올 수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폭주하면서 국회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까지 82만명 넘는 인원이 청원에 참여했고, 대기인원만 한 때 2만명이 넘어 예상 대기시간이 3시간에 달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 절차에 맞게 탄핵 청원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민심이 극에 달했다며 청원을 기점으로 공세를 키워가고 있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시선도 일각에서 읽힌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으로 인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접속은 원활하지 않다. 지난달 20일 올라온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82만1639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날 오전 10시께에는 게시판에 접근하려는 대기인원만 2만1000명이 넘었다.
청원인 권모 씨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경제, 안보, 외교, 민생, 민주 등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총파산하고 있다. 이미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라고 밝혔다.
권 씨가 밝힌 탄핵 사유는 △채상병 사건에서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 전쟁 위기 조장 △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추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방조 등 5개다. 권 씨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국민은 윤석열 정권 탄핵을 명령한다"며 "국회는 민의를 받들어 즉각 윤석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른 시일 내에 100만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세에 힘입어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향해 한층 더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곧 100만명을 돌파할 기세고 200만명, 300만명으로 이어질 추세"라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국민의 귀를 가리고,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탄압해도 끝이 좋은 정권을 저는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청원을 위해선 실명인증이나 국회 홈페이지 가입이 필요한 점을 거론하면서 "종이에 그냥 서명하는 청원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청원에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늘고 있다.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가 나타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격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 격노가 거세다. 이태원도 격노! 채상병도 격노! 책임 대신 격노만 하는 대통령 리더십에 국민 격노가 시작됐다. 탄핵 요구의 봇물이 터졌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대로 탄핵청원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다. 상임위 심사를 거쳐 청원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면 본회의에 부의된다. 심사 기준을 충족하면서 해당 청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부정적 여론이 폭발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데 민주당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겠나. 국민이 이 정도로 뜨겁구나를 바탕으로 국회 정치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에선 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탄핵이라는 단어가 수면위로 떠오른 점은 민주당에게 부담스러운 지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를 자극해 오긴 했으나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경우 자칫하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어 삼가는 분위기가 강하게 깔려있었다. 실제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강성 지지층에게 정치적 무기력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법적인 문제이고, 위법 사항이 드러났을 경우에 대한 부분 아니겠나"라며 "단순하게 민심이 이렇다고 해서 그것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는 정치인으로서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 청원) 실행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러운 면도 있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부담으로만 따진다면 (민주당보다) 여당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탄핵은 위법 행위가 있어야 하는건데 채해병 특검법을 안 받지 않나. 그런 실무적 고민이 있다"며 "주장하는 내용 자체도 법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닌 추정이니까 강성 지지자들도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국민들의 여론에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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