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렇게 어려워?"…급식비로 빚 갚은 中지방정부

중국 지방정부가 농촌 지역의 초등학생 급식비를 채무상환에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 부채위기의 심각성과 공무원의 도덕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중국에서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7월 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가 '농촌 의무교육 학생 영양개선 전용자금'을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심계서는 중국 13개 성(省)의 159개 현(시)에서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의 보조금 231억3700만위안(약 4조4000억원)을 감사한 결과 △보조금 유용 △일부 급식소의 위법 운영 △식자재 조달과정의 문제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농촌지역 학생들의 영양 결핍 해결을 위해 2011년부터 의무교육(9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감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조금 유용으로 드러났다. 66개 현에서 19억5100만위안(약 3700억원)을 정부 채무 상환, 재정 지출에 유용했으며 41개 현의 1533개 학교는 급식 기준을 낮추고 식자재 조달을 위조해 2억7000만위안(약 510억원)을 점용했다.

또 급식용 식자재 조달 및 급식제공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5개 현에서는 수의계약 등을 통해 52개 공급업체가 2605개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78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가 법규를 위반해서 자격을 위조하고 입찰 담합을 통해 35개 현에서 101개의 급식프로젝트를 낙찰 받았다. 일부 감독부서와 77개 학교의 교직원은 뇌물 등 개인적 이득을 취하고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네티즌은 "아이들 급식에까지 손을 대다니 정말 비양심적이다", "농촌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서 돈을 뜯어내다니 양심도 없다"고 말하는 등 앞다퉈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지방정부의 급식 보조금 유용은 지방정부 부채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작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약 66조위안(약 1경2540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다양한 학술 연구를 통해 아동기의 학생,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 아동의 영양 결핍문제, 입학률, 등교율, 학업성적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정부는 2011년 10월부터 '농촌 의무교육학생 영양개선 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이해 중국 중앙 정부는 160억위안(약 3조원)을 투입해, 농촌지역 학생의 급식 제공에 매일 1인당 3위안(57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보조금은 2014년 4위안(760원), 2021년 5위안(950원)으로 인상됐으며 현재 중앙 정부는 매년 약 200억위안(약 3조8000억원)을 보조금 지급에 사용한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