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요? 일시불 결제만 가능합니다" 쏘카의 기묘한 전략 [추적+]

강서구 기자 2024. 7. 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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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할부 안 되는 쏘카 카셰어링
휴가철 앞두고 늘어난 렌트
렌트 기간 길면 비용도 상승
결제 부담 크지만 할부 불가
할부 결제 도입 예고한 쏘카
일시불 고집 언제 바뀌려나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이럴 때 소비자가 선택하는 결제 방법은 신용카드 할부다. 이런 할부 결제는 이젠 동네 식당에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소비자에게 일시불을 종용하는 곳이 있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차량 대여료는 일시불로만 결제가 가능하다.[사진=뉴시스] 

# 직장인 최선우(39·가명)씨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던 중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자동차가 없는 선우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차량 공유플랫폼 '쏘카'에서 차를 빌리기로 했다.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인 최씨가 선택한 차량은 RV(레저용 차량)였다. 대여기간은 3일(72시간), 보험료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가장 비싼 '자기부담금 없음'을 선택했다. 문제는 대여료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대여요금에 보험료를 합한 금액은 90만원을 훌쩍 넘었다. 쏘카가 제공한 쿠폰을 적용해도 40만원을 웃돌았다.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최씨는 차를 빌리기로 했지만 걸림돌은 또 있었다. 최씨는 차량 대여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도저히 할부 결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고객센터에도 문의했지만 돌아온 건 "이용요금은 모두 일시불로 결제해야 하며, 할부 결제는 불가합니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쏘카에서 할부는 정말 안 되는 걸까.

여름 휴가철을 앞두면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카셰어링을 대표하는 곳은 쏘카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에 따르면, 쏘카 앱 사용자는 지난해 6월 51만명에서 7월 54만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고객 수도 9만2000명에서 11만명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에 카셰어링이 그만큼 인기란 거다. 이용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카셰어링 소비자문제 실태조사'를 보면, 카셰어링 1회 평균 이용 시간은 11.3시간(최소 1시간~최대 96시간)이었다.

차를 빌리는 시간이 길면 대여금도 증가한다. 쏘카의 경우, 여행에 맞춰 차종을 준중형 이상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선택하면 반나절만 빌려도 대여요금이 10만원을 웃돈다. 이럴 때 소비자가 찾는 결제수단은 신용카드 할부다. 고물가 국면인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개인)의 할부 구매 이용건수는 지난해 4억9383만2000건을 기록했다. 2019년 사상 처음으로 4억 건(4억640만4000건)을 돌파한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쏘카를 이용하는 고객은 할부 결제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쏘카가 원칙적으로 일시불 결제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선우씨의 사례에서 보듯, 쏘카의 공식 답변도 '할부 결제 불가'다. 카드사의 문제일까. 아니다. 카드사들은 "특정 가맹점의 할부 결제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쏘카가 할부거래법에서 할부거래 제외 업종(의약품·보험·증권·부동산)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참고: 할부 결제가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시불로 차량 대여료를 결제한 후 신용카드사를 통해 결제 비용을 할부로 변경하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 또한 아니다. 쏘카 관계자는 "할부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거래금액이 큰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은 할부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니즈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결제금액이 5만원 이상이면 할부를 고민한다는 소비자가 7.6%를 기록했다. 결제금액이 5만원만 넘어도 할부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거다. 고물가 탓에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부 수요'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시불을 종용하는 쏘카의 정책이 소비자를 배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쏘카 관계자는 "최근 카셰어링 평균 이용시간이 증가하고 있고, 숙박 등과의 연계 상품을 출시하면서 플랫폼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앱카드를 통한 일반결제를 도입할 예정이고, 할부 결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불만 고집하는 쏘카, 정말 달라질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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