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5년만에 단독 국정조사 강행… 다 무너진 ‘협치 관례’

민정혜 기자 2024. 7. 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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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개원 한달…巨野 횡포
민주, 與와 협의 시작도 않고
“채상병 사건 국조, 단독 추진”
방송4법 숙려기간 제도 외면
‘법안소위 회부’ 절차도 생략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한 달 동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국회법상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각종 쟁점 법안과 안건을 밀어붙이는 것뿐이었다. 여야 협치 정신이 녹아든 각종 관례는 경시·무시되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향후 4년 내내 여야의 ‘관례’ 대 ‘국회법’을 명분으로 내세운 갈등·대립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1일 제기되고 있다.

협상과 조율을 근간으로 하는 국회 정신을 역행하는 민주당의 안하무인식 공세는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 단독 추진을 예고한 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해병대원 순직) 국정조사는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하겠다”고 했다. 여당과 협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 홀로 국정조사’를 선언한 것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에 따르면 국정조사는 여야가 ‘협의’해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조항만 보면 민주당 말대로 단독 국정조사를 할 수 있지만, 그동안은 여야 ‘합의’로 진행해 왔다.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된 국정조사는 15대 국회 때인 1999년 ‘IMF 환란 원인 규명과 경제위기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단 1건에 불과하다.

법안을 신중히 심사하기 위해 도입한 숙려기간제는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건너뛰어도 되는 제도로 전락했다. 국회법 59조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의안이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개정법은 15일, 전부 개정·제정법은 20일간 의안을 상정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법제사법위원회)과 ‘방송 4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을 상임위 회부 후 각각 하루, 3일 만에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긴급하고 불가피한 경우’ 상임위 의결을 통해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활용한 결과다. 이들 법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밀어붙이는 대표적인 ‘정쟁용’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전체회의에 상정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넘겨 심사하는 관행도 깨버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 4법’이다. 민주당은 과방위에서 소위를 건너뛰고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법 제57조에 ‘위원회는 소관 사항을 분담·심사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만 돼 있지 의무 규정은 아니어서 문제없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법사위에서는 여당이 소위 회부를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해 논란을 더 키웠다. 지난달 2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방송 4법’이 상정되자 여당 의원들은 대체 토론에서 소위 회부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를 묵살하고 표결을 진행했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안건을 넘기는 데 대한 별다른 국회법 규정이 없다”며 “정청래 법사위원장 뜻에 따라 위원 ‘과반 참석, 과반 찬성’ 의결을 통해 법안소위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소위 운영의 원칙이던 만장일치 관례 역시 경시될 공산이 크다.

법사위 청문회에서 정 법사위원장이 국회법 145조를 거론하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증인을 퇴장시킨 사례는 국회법을 악용한 데서 더 나아가 입맛대로 해석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조항은 ‘의원이 위원회의 회의장에서 질서를 어지럽혔을 때 위원장은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고, 따르지 않으면 당일 회의에서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인’을 퇴장시킬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독점하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21대에도 민주당이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독점하고 사실상 단독 개원했지만, 당시는 여당이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탈중립’ 선언을 한 점도 중재자 역할에 집중해 온 역대 의장과는 다른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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