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위원장 돌연사퇴, 아널드 호주 감독 때문?

김세훈 기자 2024. 7. 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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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아널드 감독. 게티이미지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의 최근 돌연 사퇴가 호주 대표팀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61)을 지지하는 협회 고위층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8일 축구협회에 위원장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협회도 이를 수락했다. 공석인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불과 1~2주 남기고 감독을 뽑을 수장이 자리를 떠난 것이다. 정 위원장이 개인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그만뒀다는 말도 나왔지만, 그보다는 협회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끝내 직책을 내려놓았다는 추론이 합리적이다.

최근 언론 보도, 축구협회 직원들 사이에서 조금씩 자주 거명되는 후보는 아널드 감독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협회가 아널드 감독을 0순위 후보로 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것 때문에 정 위원장이 그만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널드 감독은 후보군을 1차로 추릴 때 포함된 인물이다. 그런데 이후에는 별로 거명되지 않았다. 강화위원회가 아널드 감독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 국적의 아널드 감독은 현재 호주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호주를 16강에 올려놓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이 유럽도 아닌 같은 아시아 감독을 영입한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아널드 감독은 호주에서만 지도자로 활동했을 뿐 다른 나라 대표팀이나 클럽팀을 지휘한 경력이 거의 없다. 호주를 떠난 것은 2014년 일본프로축구 베갈타를 6개월 정도 이끈 게 전부다.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을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고 그래서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최종 후보군 12명을 추린 상태에서 그만뒀다. 몇몇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 해외 출장까지 잡아 놓은 시점이었다. 결국 정 위원장과 협회 간 의견이 맞지 않아 사의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가 조기 탈락시킨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게 자기 소신에 어긋났거나, 축구인 자존심상 내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보도된 것처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널드 감독을 추천했다면 더욱 거부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정 위원장은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한국인 코치로 4강행을 이끌었다.

아널드 감독은 2018년부터 호주를 이끌고 있다. 2022년 월드컵에서 프랑스에 1-4로 패한 뒤 튀니지와 덴마크를 각각 1-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는 아르헨티나에 1-2로 패했다.

현재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한국과는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아 맞붙지는 않는다 해도 월드컵 진출권 획득에 도전하는 팀을 이끄는 현역 감독을 빼오는 것은 국제적인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호주에서만 일한 호주인 감독이 국제적인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올 정도로 아널드 감독이 한국축구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적임자인지도 미지수다.

정위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퇴 이유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모른다”며 “협회는 감독 선임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감독 선임은 오직 강회위원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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