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개빈 우드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 “코인 투기가 본질 흐려…웹 3.0, 신뢰 넘치는 세상 만드는 기술”

김태호 조선비즈 기자 2024. 7.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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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웹 3.0(블록체인 이용 탈중앙화 웹 서비스)의 처음도, 끝도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암호화폐는 웹 3.0 산업의 부수적인 요소에 머물러야 한다. 오히려 암호화폐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미래 가치를 보장한다는 달콤한 속삭임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이러한 양상은 사실상 투기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미래 금융을 바꿀동력이라고 보는지 묻자 개빈 우드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는 신중한 목소리로 이처럼 답했다. 컴퓨터공학 박사인 그는 비탈리크 부테린과 함께 ‘이더리움의 아버지’로 불린다. 부테린과 함께 2014년 이더리움 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부테린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우드 박사를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드 박사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더리움이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프로그래밍된 계약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프로그램)라는 신기술을 도입하자 블록체인을 통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발행, 실물 자산 토큰화, KYC(신원 확인) 등 새로운 산업의 장이 펼쳐졌다.

재단이 발행하는 동명의 코인은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더리움 시가총액은 4227억달러(약 584조9323억원)로 전체 코인 중 두 번째로 크다. 최근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 승인 첫 단계를 통과시키면서 제도권 금융 자산 지위를 넘보는 중이다.

웹 3.0이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한 이도 우드 박사다. 웹 3.0은 초창기 인터넷인 웹 1.0, 플랫폼 개념의 웹 2.0을 넘어선 개념이다. 2016년 이더리움 재단을 떠난 우드 박사는 패리티를 창업하고 새로운 블록체인 폴카도트를 만들었다. 아울러 웹3 재단을 설립하고 각종 웹 3.0 기업을 지원하며 지금도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6월 10일, 한국을 방문한 우드 박사를 서울대에서 만났다. 그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빈 우드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영국 요크대 컴퓨터 시스템·소프트웨어 공학 석사, 요크대 컴퓨터공학 박사, 현 웹3재단 회장, 전 패리티 CEO, 전 이더리움 CTO 사진 김태호 기자

암호화폐에 큰 관심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더리움 개발에 참여한 이유는.

“기존 사회 질서에 의존하지 않는 디지털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여전히 암호화폐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도박’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더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유연한 방식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이더리움 사업에 합류하고 지금까지도 웹 3.0 산업에 남아있는 이유다.”

큰 성과를 냈지만 2016년, 이더리움 재단을 떠났다.

“어떤 사람은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한다. 반면, 역동적으로 창조에 몰두하는 환경을 선호하는 이도 있다. 내 목표는 언제나 창조와 닿아 있다. 더는 이더리움 재단에 머무르는 게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내게 더 나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10년 전 처음으로 웹 3.0 개념을 제시했다. 당시 개념과 지금 생각하는 개념은 같나.

“내 머릿속 웹 3.0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지금 세상이 변하는 방식은 웹 3.0 기술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이유로 세상은 상당히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이 가중되는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탄력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웹 3.0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일반인에게 웹 3.0 개념은 낯설다. 왜 아직 웹 3.0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가.

“충분한 실용성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그 제품이 유용해야 찾는다. 현재 웹 3.0 기술은 확장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충분히 유용하지 않다. 또 사회·경제 시스템이 잘 구축된 선진국은 웹 3.0의 특징인 탈중앙화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금융 분야에서 웹 3.0 대중화가 실현되려면 무엇이 먼저 해결돼야 하는가.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 금융 관련 응용 프로그램은 자본 거래를 위한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신원 증명, 공급망 관리 등이 예시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정성적인 데이터를 포함한다.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거쳐 정성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탈중앙화를 강조하는 웹 3.0 시스템 내에서 정성 데이터 통합을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보편적인 웹 3.0 금융 서비스가 없는 이유다.”

암호화폐 투기 행위는 웹 3.0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웹 3.0 기술의 킬러 콘텐츠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규제 사각지대 속 투기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테라·루나 폭락과 FTX 파산 사태를 보면 코인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무책임한 면을 볼 수 있다. ‘남들도 이 코인을 사겠지’ 이런 생각만 하고 시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투자에 뛰어든다. 웹 3.0 산업의 슬픈 단면이다. FTX처럼 중앙화된 거래소(CEX)나 테라·루나같이 잘못 설계된 암호화폐는 진정한 웹 3.0이 아니다. 무책임한 사업자들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의 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실험이 진행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AI는 극도로 중앙화된 구조를 갖춘다. AI 열풍으로 다가올 중앙 집중화 트렌드를 완화하는 데 블록체인이 도움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기업과 웹 3.0 기업이 협업하는 게 블록체인 발전에 긍정적일지 의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MS처럼 중앙 집중화된 거대 조직은 블록체인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운용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러한 협업은 웹 3.0 기술의 본질적인 지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웹 3.0 기업과 AI 기업의 협업 결과물은 웹 3.0이 아니다. 일반 회사 제품이다.”

MS 같은 거대 기업은 진정한 웹 3.0 기술을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MS는 DAO(탈중앙화 조직)가 아니며, MS가 DAO와 협력을 고려하기까지 세상이 많이 변해야 할 것이다. 당장 내일 그렇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블록체인 회사가 MS나 IBM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을 종종 듣지만, 그들이 협업해 만드는 제품이 실제 웹 3.0 결과물인지 의심스럽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폴카도트 등 지금 세상엔 수많은 블록체인이 존재한다. 이런 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천 개의 블록체인과 수천 종류의 코인이 있어도 내 사업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내가 만드는 것은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이고, 플랫폼을 보호할 수단만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뉴욕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이 얼마나 많든, MS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사업 실적에 달려 있다. 수천 개 블록체인이 경쟁하는 지금의 환경은 웹 3.0 산업 발전 측면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하다.

“증명이 덜 필요하고, 신뢰는 더 풍족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웹 3.0의 기본 이념이다. 웹 3.0의 핵심은 코인, NFT, 투자가 아니다. 투명성을 높이고 사람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웹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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