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한국술 탐방] 6년 만에 홍콩서 열린 아시아와인엑스포 주관사 '비넥스포지움' 로돌프 라메즈 대표 | “한국 술 양조장 아시아와인엑스포서 당당히 경쟁하라”

홍콩=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2024. 7.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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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저마다 고유한 영역(소비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와인을 비롯한 한국 전통주도 아시아와인엑스포(이하 와인엑스포)에 적극 참가해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과 당당히 경쟁했으면 좋겠다.”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홍콩에서 열린 비넥스포 아시아 행사장에서 만난 로돌프 라메즈 비넥스포지움(와인엑스포 주관사) 대표는 한국에서 멀지 않은 홍콩에서 열린 주류 박람회에 한국 업체가 거의 참가하지 않은 사실을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와인엑스포가 홍콩에서 다시 열린 것은 6년 만이다. 35개국 1032명의 와인(스피릿 포함) 생산자가 참가한 이번 홍콩 전시에서 한국 양조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풍정사계로 유명한 충북 청주의 화양양조장이 전통주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부스를 차렸으며, 프랑스 샴페인(골든블랑)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국내외에 유통하는 인터리커(대표 김일주)도 행사 기간 내내 샴페인 부스를 차리고 시음객을 맞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여전한 가운데 열린 홍콩 와인엑스포는 6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임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행사가 진행됐다. 와인 생산자 참가 숫자나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행사는 일반인이 아닌 와인 관련 종사자만 입장할 수 있다) 수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행사장이 전체적으로 부산스럽지 않아 와인 시음과 비즈니스 상담하기에는 오히려 더 적합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와인엑스포가 홍콩에서 처음 열린 것은 1998년이다. 현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격년으로 와인엑스포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작년에 싱가포르 행사가 열린 데 이어 올해는 6년 만에 홍콩에서 다시 열렸다.

5월 28일 열린 와인엑스포 개막식에서 로돌프 라메즈 대표는 중국이 아시아 최대 와인 소비 시장이고, 중국 시장의 관문이 올해 행사가 열린 홍콩임을 강조했다. “지구촌 곳곳이 정치·경제 면에서 불안한 시점이고, 와인·스피릿(증류주) 분야에서도 생산량 감소, 소비 감소 등 당면한 문제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시아의 핵심 시장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홍콩에 다시 왔다. 아시아가 와인·스피릿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며, 와인·스피릿 분야 역시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혁신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개막 행사 후 별도 공간에서 로돌프 라메즈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와인 시장이 급성장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한국이다”며 “중국 경제가 아직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코로나19로 막혀있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 만큼, 홍콩이 중국 시장을 여는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돌프 라메즈 비넥스포지움 대표 그랑제콜 HEC 파리 경영학 석사(MBA), 전 테라노바 컨설팅 매니저, 전 UBM 푸드 앤드 호텔(Food & Hotel) 아시아 디렉터 사진 비넥스포지움

한국에서 가까운 홍콩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술 생산자의 참여가 거의 없다.

“그점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 와인 생산자가 다소 겸손한 것 같다. 프랑스, 이탈리아, 캘리포니아 와인과 못 겨룰 이유는 없다고 본다. 모든 와인은 자기만의 특별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술이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와인엑스포에 한국 술 생산자가 적극 참가했으면 한다. 전 세계 주류 바이어가 다 모이는 와인엑스포에서 한국 술 생산자가 자신이 만든 술을 소개하는 기회를 포착하길 바란다.”

한국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있나.

“한국 와인은 마셔보지 못했다. 대신, 한국 출장 때 소주를 마셔봤고 좀 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은 수입산 원료로 만드는 맥주와 소주가 술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주류 시장에서 와인 비중은.

“프랑스도 맥주가 점유율 1위다. 그다음으로 와인이고, 세 번째가 스피릿이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주춤한다고들 하는데.

“좋은 질문이다. 와인 소비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은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첫 번째, 기후변화다. 2023년은 와인 생산이 가장 적은 해였다. 기후변화는 주요 와인 생산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두 번째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안티 알코올(술 소비를 줄이자는 소비 행태)’ 바람이 일고 있다. 이런 추세는 와인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술을 찾는 소비자의 기대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소비자는 도수가 낮은 와인을 찾고, 심지어 무알코올 와인을 찾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맞게 와인을 비롯한 술 생산자도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술에 다 해당하는 것이지, 유독 와인만 소비자 트렌드 변화로 인해 침체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정치·경제적인 요인이다. 예를 들면, 중국과 호주 간에 정치적 이슈로 관세 장벽이 높아졌다든지, 미국과 일본의 무역 마찰로 제재가 강화된 사례가 있는데, 국가 간 이슈로 와인 소비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때가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코냑과 브랜디 수입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는데, 그 원인에는 세금 문제가 컸다.”

5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2024 아시아와인엑스포’ 행사장. 사진 비넥스포지움

와인 시장 침체를 극복할 방안이 있나.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우선 와인 생산자와 와인 판매자가 힘을 합해 와인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소비자가 인식하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 번째는 와인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을 정부 기관에 적극 어필해야 한다.”

요즘 와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만한 것은.

“내추럴 와인, 바이오 와인 같은 추세는 모든 와인 생산자가 점점 친환경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저알코올 와인 생산이 늘고 있는 점이 최신 트렌드인 것 같다. 심지어 레드 와인도 12~12.5도와 14.5~15도 등 알코올 도수에 편차가 꽤 나는 것을 보면, 점점 저알코올 와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 무알코올 와인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2023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엑스포 미팅'이라는 행사명으로 미니 와인엑스포가 열렸다. 11개국 30여 개 와인 생산자가 참가했다. 한국에서 와인엑스포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가.

“와인엑스포는 메인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이제는 이미 벌여놓은 행사에 더 집중할 때다. 당분간 한국 개최는 어렵다고 본다.”

이번 홍콩 와인엑스포에서 한국 전통주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풍정사계 화양양조장이 부스를 차렸다. 풍정사계 중 약주인 ‘춘’은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비롯해, 국빈 만찬주로도 선정된 한국 전통주를 대표하는 술 중 하나다. 사계절을 닮은 술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주) 4종(풍정사계)과 녹두가 들어간 누룩으로 만든 소주 ‘향온’이 주력 제품이다. 화양양조장 이한상 대표의 부인인 이혜영 이사가 딸, 아들과 셋이 부스를 찾아오는 시음객을 맞았다. 이혜영 이사는 “해외 전시회엔 처음 참가하는데, 풍정사계를 맛보겠다는 관람객이 꽤 많았다”며 “앞으로는 우리 말고도 한국 술 양조장이 많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산하지는 않지만, 국내 기업이 브랜드를 소유한 샴페인 골든블랑도 부스를 차리고 시음객에게 샴페인을 맛보여 주었다. 골든블랑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에서 주문 생산해, 한국 기업 인터리커가 이름을 붙여 유통하는 경우다. 유통은 현재 한국 내에서 거의 이뤄지지만, 일본·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도 한다. 인터리커 이성호 팀장은 “한국 주류 기업이 샴페인 브랜드를 소유·유통하고 있는 것으로는 골든블랑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2021년 7월 출시된 골든블랑은 샴페인 9종, 크레망 2종, 스파클링 와인 4종 등 모두 15종의 와인이 있다. 2025년 와인엑스포는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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