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 여행이라는 꽃다발 <38> 울주 내원암 계곡]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세상 시름을 잊다

2024. 7. 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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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내원암 계곡. 사진 최갑수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도심을 걷다 보면 시원한 계곡이 절로 떠오른다. 셔츠 단추를 한두 개쯤 풀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발을 담그면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씻어주는 그런 계곡 말이다. 울산 울주군 내원암 계곡은 영남 제일의 계곡으로 꼽힌다.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의 경계에 있는 대운산(大雲山)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최갑수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영남 제일' 내원암 계곡

대운산은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절륜한 비경을 자랑한다. 해발 고도(742.7m)는 높지 않지만, 산세가 우락부락해 산줄기마다 박치골, 시명골, 도통골, 내원암 계곡 등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계곡을 숨겨두고 있다. 이들 계곡은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아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은데, 그래서인지 부산과 울산, 경남 산꾼들의 산행 1번지로 손꼽히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상대마을 입구에 자리한 계곡이다. 주위에는 펜션과 음식점이 몇 곳 들어서 있다. 마을을 지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내원암 계곡이 시작된다.

내원암 계곡은 수심이 얕다. 대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물이 많고 작은 바위를 거쳐 돌면서 많은 ‘애기소(沼)’를 만들었다. 아이를 둔 가족이 이 계곡을 많이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이 얕아 아이들이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계곡을 따라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폭포와 함께 소(沼)와 담(潭)이 펼쳐진다. 소는 푸르고 담은 검다. 한적한 바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다. 세상 시름이 저만치 달아나는 기분이다. 물에 발을 담그고 십여 분 앉아 있었을까. 어느덧 몸에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피부에는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다. 조금 더 있자니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이십 분을 그대로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갑다.

내원암 계곡 못지않은 계곡이 또 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계곡이다. 자연휴양림 입구부터 정상을 향해 장대한 계곡이 이어진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9m) 자락에 걸쳐 있는 휴양림으로, 서어나무와 박달나무, 노각나무, 들메나무가 가득하다. 계곡은 탐방로 오른쪽을 따라 길게 흐른다. 커다란 바위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은 위로 갈수록 속도도 빨라진다. 활엽수는 계곡 위로 넓은 잎사귀를 가득 매단 가지를 길게 늘어뜨렸다. 잠시 다리도 쉴 겸 바위에 앉아 발을 담그니, 그 차가움에 이 사이로 짧은 비명이 새어 나온다.

다시 이십여 분을 갔을까, 갑자기 우르르 탕탕거리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파래소폭포다. 울산 12경 가운데 하나다. 높이 15m. 수직으로 우뚝 서 있는 병풍바위 아래로 힘차게 낙하한다. 물이 떨어져 만든 소의 빛깔은 짙푸르다. 주변의 원시림과 어우러진 그 색이 하도 신비로워 이무기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소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파래소 폭포의 원래 이름은 ‘바래소’였다.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도 기도를 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의 파래소폭포. 사진 최갑수

한반도에서 가장 처음 맞는 아침

자, 이제 계곡을 벗어나 바다로 가보자. 내원암 계곡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진하해수욕장은 계곡물로 더위를 씻은 뒤 바다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울산의 남쪽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자리하는데, 파래소폭포와 함께 울주 12경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울산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진하해수욕장의 자랑은 백사장이다. 40m의 넓은 폭을 자랑하는 백사장이 1㎞ 이상 길게 펼쳐져 있다. 모래는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곱고 희고, 동해 특유의 맑고 푸른 물빛이 백사장을 희롱하고 있다. 백사장 뒤편으로는 해송 숲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잔잔한 데다 수심도 깊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두 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이덕도와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명선도도 풍경을 더한다.

진하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간절곶은 울주군을 대표하는 여행 명소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조금 일찍 일어나 바다로 향해보자. 수평선 너머 붉게 떠오르는 해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담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벤치도 놓여있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들어서 있어 낭만적인 일출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공원 한쪽에 자리한 ‘소망 우체통’은 높이가 무려 5m, 가로 2.4m, 세로 2m에 달하는데, 실제로 사용하는 우체통이다.

간절곶의 해 뜰 무렵. 사진 최갑수

내원암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외고산 옹기마을도 가볼 만하다. 국내 최대 옹기 생산지다. 마을에는 8명의 옹기장을 비롯해 총 128가구 중 40여 가구가 옹기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질 좋은 옹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옹기회관, 옹기전시관, 체험 실습장 등이 들어서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언양 불고기. 사진 최갑수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고래잡이 금지 이후 사라져가는 포경 유물 2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파래소폭포로 가는 들목인 언양읍은 한우숯불구이로 유명한 곳이다. ‘한우불고기특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불고기로 이름난 동네다. 일제강점기부터 봉계, 경주, 울산, 영천과 더불어 영남의 5대 우시장으로 유명했다. 양질의 한우 공급에다 언양식 불고기 조리법이 어우러져 언양 불고기가 탄생했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언양을 드나들던 건설 근로자들의 입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도축한 지 하루 이내의 신선한 고기를 사용하는데, 얇게 썬 다음 석쇠에 구워 먹는다. 배와 양파즙으로 재워 부드러운 데다 석쇠의 불맛이 더해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기와집불고기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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