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에 그쳐선 안 될 친족상도례 대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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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간의 재산범죄는 벌하지 않고, 그 밖의 친족간의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형법 제328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보호대상아동·장애인·치매노인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단체는 친족상도례를 폐지하거나 그 적용 범위를 좁히려고 노력해 왔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핵심 규정인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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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간의 재산범죄는 벌하지 않고, 그 밖의 친족간의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형법 제328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보호대상아동·장애인·치매노인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단체는 친족상도례를 폐지하거나 그 적용 범위를 좁히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아동·노인·장애인을 위해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규정에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핵심 규정인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친족상도례는 1871년 제정된 독일제국 형법에 규정됐는데, 일본이 이를 1907년 형법에 도입했다. 1953년에 제정된 우리 형법에서도 일제강점기의 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를 입법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대만도 동일한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 우리가 최초로 친족상도례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셈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친족관계의 시대적 변화라는 큰 흐름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부, 부모와 미성년 자녀 이외의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영미의 법제에서 친족상도례는 분명히 낯선 제도다. 그 반면에, 친족상도례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독일은 성인인 직계친족 간에도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독일보다 우리나라나 일본 및 대만은 가족 간의 더 강한 유대를 사회제도로 수용하고 있다. 그것이 독일보다 더 전통적인 친족상도례를 유지해 온 배경이었을 것이다.
민사법의 잣대로 보면, 가령 유튜브 활동으로 미성년 자녀가 번 돈을 부모가 자기 통장에 넣어 사용하거나 자녀가 치매 부모의 재산을 자기 통장에 넣어 사용하면 횡령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벌하지 않았고, 이를 빌미로 학대 사건으로 개입하지도 않았다. 이 점이 독일과 다른 점이다.
독일의 경우 이미 1900년에 시행된 민법에서 부모가 부양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아동 재산은 별도로 예치하도록 하고, 중요한 아동재산의 처분은 후견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부모가 아동의 재산적 권리를 침해할 때 국가가 아동학대로 폭넓게 개입했고, 후견법원은 부모의 친권(親權)을 제한할 수도 있었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친족에 의해 학대당하면 후견인 선임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해 주는 절차도 잘 작동하고 있었다. 친족상도례를 없애거나 완화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훼손된 친족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예이기도 하다.
친족 간의 재산침해는 아동과 장애인 및 치매노인이 피해자가 될 때 더 심각해진다. 이때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학대 사건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 간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재산상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법 개정의 책임을 지게 된 입법부는 형법 개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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