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사촌동생 수식어 떼보자' 6R 신인, 안타마다 존재감 폭발! 이번엔 '6월 ERA 0' 김택연이 무너졌다
정현승은 지명 당시부터 대학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발과 준수한 콘택트 능력을 갖춰 1군 무대에 빠르게 데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장점보다 '서건창(35·KIA 타이거즈) 사촌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었다. 프로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팬들에게 소개할 때 관련된 유명 선수의 이름을 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 그런 면에서 2014년 201안타로 KBO 리그 단일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고 MVP를 수상한 서건창을 고종사촌으로 둔 정현승은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현승은 올해 대만에서의 1군과 합동 스프링캠프부터 코치들의 주목을 받더니 KBO 1군 무대에서도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SSG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인천 LG 트윈스전 2안타가 시작이었다. 퓨처스리그 3할 타율로 정식 선수 전환을 이뤄내더니 그날 곧바로 9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데뷔 첫 안타부터 센스가 돋보였다. 3회 말 무사 1, 2루에서 임찬규를 상대로 번트를 시도하나 싶더니 곧바로 강공으로 전환해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5회 말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도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을 자세를 무너트리면서까지 맞히며 유격수 옆을 스치는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SSG 신인이 1군 데뷔전 멀티히트를 기록한 건 2005년 정근우 이후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몇 경기는 쟁쟁한 외야 선배들 탓에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데뷔전 당시 팀이 7연패였던 것처럼 모처럼 만의 선발 출전한 6월 30일 잠실 두산전도 팀 상황은 좋지 않았다. SSG는 전날(6월 29일) 7회 강우 콜드 게임 승으로 간신히 5할 승률로 복귀한 상황이었고, 필승조를 아낀 두산은 총력전을 예고한 경기였다.
9번 타자 및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정현승은 첫 두 타석에서 좌익수 뜬 공,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양 팀이 1-1로 맞선 8회 말, 또 다른 신인 박지환(19·2024년 1R)이 만든 1사 3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을 때 정현승이 마주한 건 드래프트 동기이자 강력한 신인왕 후보 김택연(19)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한 김택연은 2024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지명받아 데뷔 시즌에 단숨에 두산의 마무리로 올라선 특급 루키였다. 최근 기세도 상당해서 5월 29일 잠실 KT전부터 1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고, 지난주는 6월 26일 대전 한화전 한 번밖에 등판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택연은 초구부터 시속 148㎞의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이때 정현승은 번트를 시도했다. 두산 배터리의 머릿속에는 스퀴즈라는 경우의 수가 하나 더 떠올랐을 터. 정현승은 침착하게 김택연의 직구 2개에 대응하더니 4구째 정중앙으로 오는 시속 153㎞ 직구를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려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완성했다. 6월 한 달간 무실점으로 철벽을 자랑하던 김택연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 점수를 두산이 뒤집지 못하면서 정현승은 데뷔 첫 결승타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오늘은 팀의 미래인 (박)지환이와 (정)현승이 두명의 신인들의 활약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뻐하면서 "스리 볼에 히팅 사인을 냈는데 그것을 희생플라이로 연결한 지환이의 대담함을 봤고 8회 초 결정적인 순간에 결승타를 친 현승이의 집중력을 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현승에게는 퓨처스에서부터 갈고닦은 노력의 결과였다. 정현승은 "퓨처스에 내려가서 수비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서 준비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면서 "(8회 타석에 대해) 상대 내야가 전진 수비로 들어와 있어서 어떻게든 외야로 공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이밍을 앞에 두고 타격했다. 최근 계속 안타가 나오지 않아서 간결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선발 기회가 또 언제 주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정현승은 같은 신인 박지환, 정준재(21·2024년 5R)와 함께 빠른 발과 작전 수행에 능한 영리한 타자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정현승은 "최대한 1군에서 많은 경기를 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하고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 팬분들께서도 계속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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