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토리텔링 하는 법] <5> 어릴 적 싹수를 뒤져라

2024. 7.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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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자랑할 만한 과업으로 존재를 처음 증명했다면, 카메라를 과거로 돌려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 영웅의 출생이나 어린 시절에서 '과연'이나 '역시' 같은 감탄사가 나올만한 싹수를 찾아보자. 영웅 스토리텔링의 서사는 대개 '탄생과 성장' → '재능과 모함' → '소명과 가출' → '시련과 성숙' → '하늘의 도움' → '숙명과 결전' → '성취와 귀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1971년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공짜로 전화를 거는 장치를 만들었다. 잡스는 로마 교황청에 전화를 걸어 미국 국무장관이라 속이고 요한 바오로 6세와 통화를 시도했다. 교황이 자고 있다는 말에 일부러 화가 난 척하며 끊었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굉장한 자랑으로 여겼다. 16살 때의 일이다. '애플'(Apple) 신화의 주인공이 보여준 싹수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세운 빌 게이츠는 어떤가? 1972년 17살이 된 그는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간파한 고등학교 교장에게서 수업시간표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쁜 여학생이 많은 반에 남학생은 자기 혼자 들어가게 짰다. 또 자기가 듣는 반은 화요일 오후 수업을 없애고, 본인은 친구들이 만들어 준 'Tuesday Club'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오후를 맘껏 즐겼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각) 인공지능(AI) 규제에 관한 비공개 포럼이 열리는 워싱턴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 어린 싹수도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8비트 컴퓨터를 사서 혼자 BASIC을 깨치더니 비디오게임 '블래스타'(Blastar)를 개발했다. 외계 우주선을 쏴맞추는 슈팅게임이다. 사업 수완이 뛰어난 그는 500 달러를 받고 소스코드 167줄을 공개하며 게임잡지에 이름을 올렸다. 12살 때의 일이다. 24살에는 온라인 지도를 안내하는 '집투'(Zip2)를 설립하고 4년 뒤 팔아 2,200만 달러를 챙기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집에서 가족끼리 채팅할 수 있는 '저크넷'(ZuckNet)을 개발하고, 집과 가까운 아버지의 치과 클리닉까지 연결했다. 환자가 오면, 담당자는 아버지를 소리쳐 부르지 않고 저크넷으로 호출했다. 클리닉에서도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간호사와 위생사도 저크넷으로 소통했다.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가 12살에 보여준 놀라운 싹수다.

꼭 컴퓨터만 잘 다뤄야 하는 건 아니다. 제프 베조스는 드라이버를 들고 침대를 분해하다 어머니에게 들켰다. 3살짜리가 큰 침대에 자고 싶었단다. 중학생이 되자 동생들이 몰래 방에 들어오면 경보를 울려 깜짝 놀라게 하고, 담배 한 모금에 2초씩 해서 수명이 9년 줄어들 거라고 계산해서 할머니를 울게 했다. 또 시멘트를 채운 타이어로 차고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하고, 은박지로 태양열을 모아 음식을 데우는 장치도 만들었다. 한마디로 개구쟁이 발명왕이다.

지난해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우주 로켓 기업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 '블루문' 공개 행사가 열려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CEO) 겸 블루오리진 대표가 블루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릴 적 싹수가 꼭 화려할 필요도 없다. '버진그룹'(Virgin Group)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어린 시절을 '자랑'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은퇴'하겠다는 당찬 목표로, 10살짜리가 야심 차게 크리스마스 트리 묘목을 심었다. 기대는 금세 사라졌다. 토끼가 그 싹을 다 뜯어먹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다시 도전했다. 빨리 번식한다는 말에 잉꼬를 길렀지만, 이번엔 쥐가 들어가서 다 잡아 먹어버렸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어린 시절에서 스토리텔링 거리를 장만해 놓자. 창업자의 성격이나 사업의 방향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 좋다. 자랑할 만한 어릴 적 싹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창업자가 영웅이 되면 묻혀있던 싹수가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나게 마련이다. 부모와 친척, 이웃과 친구들이 모여들어 '과연'이나 '역시' 같은 찬사를 쏟아내며 그때 그 싹수를 하나둘씩 기억해 낼 것이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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