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목 생산기술연구원장 “韓 제조업, 가치 만드는 ‘밸류팩처’ 돼야”

송복규 기자 2024. 7. 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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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제조업, 노동력 부족·친환경 규제에 위기
생기원, 지역별 맞춤 메가 프로젝트 추진
“지역 제조업 쓸 제조 AI·친환경 기술이 핵심”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지난 5월 14일 천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속가능기술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생산 기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조업은 197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의 중심이었다.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27.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진 독일(21.6%)과 일본(20.8%)보다도 높은 수치다.

해외에서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는 위기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은 줄고 있고, 탄소 중립 요구가 커지면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부담은 늘었다. 중소 제조업체가 많은 지방은 젊은 인력이 없어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는데, 제조업은 말 그대로 변화에 속수무책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원장은 지난 5월 14일 충남 천안 본원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생산 기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생기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 원장은 생기원에서 뿌리기술연구소장과 미래산업전략본부장을 거친 제조업 전문가다.

이 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제조업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지만, 그 영향력은 계속 줄고 있다”며 “국내 제조업체가 58만6000개에 달하지만, 20인 이상 기업은 5%뿐이고 제조업체 대부분은 인구 변화와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 현황./생기원

생기원은 한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메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생기원이 보유한 역량을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산업전략과 지역 제조업을 분석해 지역마다 하나씩 핵심 기술의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인천 지능화뿌리기술연구소(바이오·반도체)와 안산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제조 로봇), 천안 지속가능기술연구소(배출 저감) 3개 연구소를 두고, 전주(특수목적 기계)·광주(목적 기반 모빌리티)·강릉(기능성 소재)·대구(모빌리티 부품)·울산(저탄소·수소)·부산(극한 에너지)·제주(청정에너지) 7개 본부를 뒀다.

메가 프로젝트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생기원만의 비책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생산 기술의 대전환으로 지역 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되겠다는 의도를 메가 프로젝트에 담았다”며 “지역별로 맞는 제조기술을 찾기 위해 지역의 기업 생태계와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기원과 지자체가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을 찾는 것은 물론, 지역 혁신 기관과 대학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생산 기술 전환을 위해 주목한 기술은 ‘제조 인공지능(AI)’과 ‘탄소·수소 통합시스템’이다. 제조 AI는 기존에 사용되는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전사적 자원관리(ERP)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 맞춤형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탄소·수소 통합시스템 개발은 3000원으로 수소 1㎏를 만드는 ‘국산 수전해 모듈시스템’과 저압형 고체수소를 저장하는 ‘그린 수소 저장기술’을 목표로 한다. 생기원이 참여한 수전해 수소 생산시스템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최종 과제로 선정됐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생기원의 지역별 역량을 기반으로 지자체 산업 전략에 맞춰 지역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생기원

이 원장은 “제조 AI는 기존 공정과 합쳐 사람의 기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조 AI와 로봇 통합시스템(SI)은 원가 절감과 맞춤형 소량 생산을 해결할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명 정도인 생기원의 AI 전문가를 200명 수준으로 늘려 AI 연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탄소 중립은 사실상 유럽 중심의 관세 제도”라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탄소를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제조기업의 역할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제조업의 미래를 가치에서 찾았다. 그는 “최종적으로 제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밸류팩처’로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밸류팩처는 가치(Value)와 제조업(Manufacture)을 합친 말이다. 예전엔 제조업이 수출과 생산에만 집중했다면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 수요와 사회적 요구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제조는 단순한 대량 생산 체계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욕구를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변했다”며 “심지어 제조의 결과뿐 아니라 친환경처럼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의 화두가 신뢰성과 생산성, 수익성, 공익성 같이 가치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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