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 시작… 함께 울고 함께 기뻐했다[역사 속의 This week]

김지은 기자 2024. 7. 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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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과 여성이 대전과 제주에서 생방송으로 연결돼 TV 화면에 등장했다.

"저 어렸을 때 이발소집에 맡겨놓고 갔었어요."(여성) "네 맞아요."(남성) "날씨가 흐렸고요."(여성) "맞아요."(남성) "오빠! 오빠!" 6·25전쟁 통에 헤어졌던 허 씨 남매는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30여 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했다.

사전에 신청받은 이산가족 중 150여 명을 공개홀에 초대해 사연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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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This week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진행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극적으로 만난 가족이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한 남성과 여성이 대전과 제주에서 생방송으로 연결돼 TV 화면에 등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핏줄임을 직감한 듯했다. “저 어렸을 때 이발소집에 맡겨놓고 갔었어요.”(여성) “네 맞아요.”(남성) “날씨가 흐렸고요.”(여성) “맞아요.”(남성) “오빠! 오빠!” 6·25전쟁 통에 헤어졌던 허 씨 남매는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30여 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했다. 정전 30주년을 맞아 TV를 통해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해준다는 취지로 기획된 방송은 1983년 6월 30일 시작됐다.

원래 프로그램은 그날 하루 1시간 30분짜리 단발성으로 기획됐다. 사전에 신청받은 이산가족 중 150여 명을 공개홀에 초대해 사연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오후 10시 15분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전화 접수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이산가족들은 무작정 KBS로 몰려갔다. 넘쳐나는 사연에 방송을 끝낼 수 없어 오전 2시 30분까지 연장했다.

이후 정규 방송을 취소하고 생방송을 이어가다 7월 중순부터 상시 편성됐다. 오랜 세월 생사조차 모르고 살았던 혈육과 만나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산가족이 아닌 국민도 밤잠을 설치며 만남의 순간을 지켜봤고, 함께 울고 함께 기뻐했다. 최고 시청률은 78%에 달했다.

패티 김이 노래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무명 가수였던 설운도는 타이틀 곡으로 선정된 ‘잃어버린 30년’을 불러 하루아침에 전국구 스타가 됐다. 노래는 최단기간 히트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당시 KBS 일대는 가족을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송국 건물은 이들의 사연이 담긴 벽보로 도배가 됐고, 더 이상 붙일 자리가 없자 여의도 광장 바닥까지 뒤덮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흩어진 가족은 1000만 명.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는 총 10만952건의 사연이 접수됐으며, 5만3536건이 방송에 소개돼 이 중 1만189건의 상봉이 이뤄졌다. 전담 인력 1641명이 투입돼 그해 11월 14일까지 138일, 453시간 45분에 걸쳐 진행돼 단일 생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프로그램으로 그 기록물 2만522건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전쟁의 아픔을 세계에 고발하고 각계각층의 공감을 이끌어 전쟁을 겪은 세대와 전후 세대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방송 2년 뒤인 1985년 9월에는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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