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의 뇌가 달라지고 있다"…초저출산이 치열한 '생존 본능'인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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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장동선 뇌과학자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초연결 사회 속 좌절감에 빠진 20·30대의 뇌
- 극심한 경쟁이 초래한 '루저 효과'
- 스트레스가 테스토스테론 줄어들게 만들어
- 스티브 잡스의 뇌 vs 일론 머스크의 뇌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쇼츠 같이 바로 눈앞의 것들만 보게 되면서 당장의 기쁨, 당장의 쾌락 이런 것에 뇌가 중독됩니다. 그래서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되냐 하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의 나에게 공감하는 능력 역시 줄어들어요. 무슨 얘기냐면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1년 후의 나를 상상하면 당연히 내가 돈도 잘 벌고 건강하길 원합니다. 2년 후의 나도, 5년 후의 나도 건강하길 원해요. 근데 20년 후에 나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으면 '미래의 나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나는 즐길 거 다 즐길 거야', '10년 후에 나는 그때 내가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미래 모습인데 마치 타인처럼 여기게 되면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함정을 파는 선택들을 지금 현재에서 더 많이 하게 될 수가 있는 거죠.

이렇게 당장의 쾌락에 중독되면 이것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될 때 중변연계 회로라고 해서 짧은 쾌락, 당장 얻을 수 있는 쾌락에만 점점 더 집착하도록 우리의 뇌가 바뀌게 되어 있어요. 왜 점점 더 집착하게 되냐 하면 도파민이 분비될 때 도파민을 받아주는 수용체가 있어야 돼요. 당장 닥쳐오는 쾌락에 점점 더 익숙해지도록 뇌가 바뀌면 이 도파민 수용체의 숫자가 줄어들어요. 그 얘기는 내가 더 강력한 쾌락이 있어야 되고 이걸 점점 더 자주 해야 되고 이게 없으면 쾌락을 경험할 수 없는 형태로 뇌가 바뀌는 거죠.


근데 흥미로운 건 뇌 안에 이 회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 분비 회로는 여러 개가 있어요. 중피질 회로라고 훨씬 더 앞쪽에 있는 전두엽 쪽으로까지 도파민의 신호를 보내는 회로는 아무리 많이 자극해도 줄어들지 않아요. 동기 부여,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그다음에 뭔가를 이뤄서 뿌듯함을 느낄 때 나오는 도파민이 이 회로를 통해서 나오는 거예요. 이 중피질 회로를 우리가 좀 더 많이 쓰는 훈련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이 미래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어떤 저축을 해야 되고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가를 상상할 수 있기 위해 중요하다고 심리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젊은 세대가 출산하지 않는 이유 ① 좌절하는 젊은 세대의 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인구가 줄어들던 시기가 흑사병*이나 콜레라*가 돌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그때 출산율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더 낮다고 얘기를 합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청년 세대의 경우에 그들의 뇌가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나 사회의 각박함은 당시 흑사병이 돌던 유럽에서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각박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출산율 문제를 이야기할 때 저는 사실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느껴요.

*흑사병 (Yersinia Pestis):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전파
*콜레라 (Cholera): 콜레라균의 감염에 의한 급성 설사 질환


Q.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다, 혹은 잘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울까 봐 두렵다 이런 얘기들이 많더라고요.

일단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내 주변의 세상을 샘플해서 내 뇌 안에 세상의 모델을 만들어요. 내가 어떤 정보들을 접하고 어떤 세상의 샘플들을 보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기준점이 돼서 내 뇌 안에 모델이 생기는 거거든요. 우리 사회는 내가 어느 나이대에 얼마만큼 해야 된다고 서로를 비교하면서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하는 사회적 압박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 뇌가 '내가 얼마나 해야 되지? 어느 정도 비용을 투자해야 되고 뭐를 해줘야 될까?'라고 생각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그 기준치를 찾거든요. 이게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사실 우리의 뇌가 주변의 샘플들을 통해서 이 정도가 기본인 것 같다는 정보를 얻어요.

근데 예전처럼 정보를 우리가 빨리 얻지 못하고 이렇게 네트워크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던 세대에는 '그냥 하는 만큼 하지 뭐. 나 정도면 잘한 거 아니야?'라고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정보들이 많아요. 내가 찌질하고 내가 지금 막 고민되고 이런 것들은 안 올리고 '플렉스했어. 나 이 정도 했어. 이거 멋지지 않니?' 이런 것들만 보여주니까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와~ 쟤들은 이런 거 하는데 이런 거 해주는데 나도 이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느끼게 되는 거죠. 이런 압박감 때문에 서로가 생각하는 스탠다드가 계속 올라가 버린 거예요.

그래서 지금 현세대를 관통하고 있는 또 다른 심리적 지표를 보게 되면 단순한 우울이나 무기력이 아니라 좌절감과 절망감, 이런 종류의 감정들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좌절감과 절망을 많이 느끼는 상태라는 거는 좋지 않거든요. 뇌 입장에 있어서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고 동기부여가 되거나 뭔가를 해봐야지 또는 뭔가 새로운 걸 찾아야지라고 하는 메커니즘들이 저절로 이렇게 브레이크가 걸리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브레이크가 걸리면 또 더 우울해지고 다운되고 그러면 어떠한 정보를 프로세싱하는 데 있어서 이걸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게 되는 거고 그러면 또다시 내가 동기부여가 더 안 일어나면서 더 다운되는 이러한 종류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건데 이런 종류의 감정들로 인해 인구 소멸로 갈 수 있는 가능성들이 커 보여요.

 

젊은 세대가 출산하지 않는 이유 ② 스트레스로 줄어든 테스토스테론

지난 몇십 년 동안 쭉 보니까 (미국인의) 남성호르몬이라고 주로 얘기되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거의 1년마다 1%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10년 전에 남성들이 가지고 있었던 남성호르몬과 지금의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남성호르몬이 거의 10% 감소했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훨씬 더 '센캐'의 남성들이었다. 대체 왜 그럴까 대체 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이렇게 줄어들었을까. 누군가는 비만 때문이다. 왜냐하면 과체중으로 가고 비만으로 가면 갈수록 실제로 남성호르몬의 양이 줄어들거든요. 실제로 비만도도 계속 올라갔죠.

진화생물학으로 들어가서 질문을 해보게 되면 사회적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들의 경우에 어떤 개체가 테스토스테론 양이 높냐, 싸움에서 이기면 테스토스테론이 더 높아요. 서열이 높은 계급이 높다라고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센 놈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더 많습니다. 근데 흥미로운 게 더 높으니까 공격성이 높아서 싸움에서 이겼을 수도 있는데 한 번 이기고 나면 다음 싸움에서는 더 높아진 상태로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승자 효과'*라는 게 있어요. 내가 지난번 싸움에서 이겼다. 다음 수컷을 이길 확률이 올라가는 거예요. 승자 효과라는 것들이 지속된다라고 하는 연구들이 있어요. 근데 여기서 보면 '나는 찌질해 싸워봤자 이길 수가 없어. 나는 쟤 눈치나 잘 봐야지 아예 덤비지도 말자.' 처음부터 깨갱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나는 안 돼!'라고 하는, 계급과 서열에 있어서 밑에 있는 개체들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훨씬 낮아요.

*승자 효과 (Winner effect): 성공을 이루면 테스토스테론이 더욱 분비돼 지배적 행동이 강화되고 더 많은 성공을 불러온다는 이론


직접적으로 인간 사회에 대입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좀 상상을 보태보면 지금 우리는 모두가 너무나 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을까, 적을까를 보게 되면 나 스스로가 지금 우울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하고 자존감도 낮아져 있어요. 내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나의 서열이나 내가 스스로 인지하는 나의 위치가 높지 않은 것 같다. 무시당하는 것 같다. 내가 이런 게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마음들이 들게 되면 승자의 효과와 반대로 일종의 루저 효과처럼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높을 수가 없죠.

그럼 이 상태에서는 아이를 낳겠다는 욕구가 남성의 경우에도 생기지가 않고 내가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연애를 하겠다는 마음도 생기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남성들이 위축되어 있고 나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또 스트레스가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높아도 테스토스테론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이 존재하거든요. 그러면 이것이 남성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있는 상황들을 설명하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연애를 안 하고 아이 낳기 싫어하는 거를 우리가 호르몬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또 그거는 아니라고 봐요. 분명히 남녀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기까지는 단순히 호르몬과 생물학적인 요인들 외에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 하면 20~30대 여성을 봤을 때도, 남성의 입장에서도 '뭔가 내가 피해 본 느낌인데?' 어느 한쪽이 더 짐을 많이 져야 하는 상황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연애와 출산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더 시급한 첫 번째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출산하지 않는 이유 ③ 공동육아의 실종

인간과 되게 비슷해서 유전자는 DNA는 거의 95% 이상 일치하는 고릴라나 오랑우탄, 침팬지 등의 유인원들은 과거에 또는 자연 상태에서 얼마나 아이를 많이 낳았을까요? 진화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고릴라나 오랑우탄이 첫째를 낳고 둘째를 낳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해요. 출산 주기가 5년에서 7년 정도 간다라고 들었어요. 그 얘기는 뭐냐? 진화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때 내가 첫째를 낳고 너무 빨리 둘째를 낳아버리면 얘를 제대로 키워서 살아남게 만드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나도 먹고살면서 얘도 먹고살 수 있게 만들면서 온 가족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거죠.


유인원의 경우에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 데까지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너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이죠. 뇌가 크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태어나자마자 바로 모든 것들을 아는 게 아니라 배워야 할 것들이 그만큼 많아서 이만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겁니다. 대신에 이렇게 해서 잘 키워놓으면 생존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여기에서 되게 흥미로운 사실은 호모사피엔스는 수만 년 전 그러니까 구석기시대에 자연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생식 주기가 다른 종이었던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훨씬 짧았다는 거예요. 1~2년마다 새끼를 낳고 또 낳고 할 수 있는 종이 호모사피엔스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거는 어떤 장점을 가지냐, 새끼를 많이 낳으니까 지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었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도움이 됐겠죠. 근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할 수 있는 포인트는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호모사피엔스는 훨씬 연약한 존재인데 대체 무슨 깡으로 바로 새끼를 낳는 게 가능했을까?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뭘 거라고 생각하세요? 짐작되는 게 있나요? 공동육아가 답이었더라고요.


속담 중에 '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죠. 무슨 얘기냐 하면 호모사피엔스는 아이를 낳으면 몇 주 안 됐는데도 옆에 이모가 봐주고 다른 아이들이 봐주고 이웃이 봐주면서 똑같이 갓난아기를 예뻐하는 거죠. '너무 예뻐. 안아봐도 돼요?' 그러면 엄마가 안아보라고 주고 그다음에 엄마가 예를 들어서 잠이 들거나 뭔가 다른 볼일을 보러 가면 옆에 아줌마가 봐주고 이웃들이 봐주고 이모가 봐주고 하는 것들이 자연스러운 종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고릴라나 오랑우탄의 경우에는 사실 인간의 과잉보호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새끼를 내 몸으로부터 떼놓지 않고 1년 가까이 업고 다니고 다른 친척도 건들지도 못하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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