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 로제 와인 한잔이면 ‘거뜬’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2024. 7. 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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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와인 랩소디<22>

왼쪽부터 도멘 오뜨 샤토 로마상 방돌 로제 22, 도멘 오뜨 바오.오뜨 22, 도멘 오뜨 에투왈 로제 22



여름 초입 곧 닥쳐올 지루한 장마와 끈끈한 무더위가 걱정이다. 여름철에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와인이 있을까. 그 답을 ‘로제’에서 찾는다. 연분홍 컬러와 상큼한 과일 향이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퇴근길 한강 변 탁자에 앉아 장미향 가득한 로제 와인을 한 잔 마시면 온종일 쌓인 업무 스트레스가 먼지처럼 날아간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로제는 장미가 아니다. 프랑스어 로제(rosé, 바른 표현은 호제)는 ‘붉은 빛 감도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

로제 와인의 매력은 폭넓은 마리아주다. 이 세상 온갖 음식과 잘 어울린다. 맛은 화이트에 가깝지만 레드의 붉은 과일 분위기도 잡을 수 있다. 해산물이나 육류는 물론 과일, 초콜릿 등과 함께 마셔도 부담 없다.

로제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주요 양조방식은 크게 세 가지. 먼저 ‘단기 침용’. 포도의 껍질과 즙을 접촉시켜 색과 타닌, 아로마를 빼낸다. 다만 레드 와인과 달리 이 시간은 길어야 48시간. 이후 신속하게 포도즙에서 껍질을 분리해낸다.

다음은 ‘압착 방식’으로 적포도 수확 즉시 강하게 눌러 즙을 내 만든다. 압착 단계에서 씨와 줄기 등 부유물을 제거한다. 침용 과정을 거치지 않아 보관기간이 짧다. 옅은 핑크 컬러가 예쁘게 나온다.

끝으로 ‘세니에(saignee)’는 진한 레드 와인 양조 시의 부산물이다. 발효 직전에 옅은 컬러의 즙을 살짝 빼내서 만든다. 로제 와인 치고는 컬러와 향기 모두 짙은 편이다.

로제는 와인의 한 종류지만 아직 익숙지 않다. 보통 ‘저가의 달콤한 와인’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유럽 휴양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품질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

세계 최대 로제 와인 산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특히 120년 역사를 지닌 도멘 오트는 ‘로제 와인의 아버지’로 통한다. 연간 생산량은 총 154만 병. 그중 45%는 프랑스 국내에서, 55%는 수출로 소비된다.

최근 이 회사 수출담당 이사인 크리스토프 르나르(Christophe Renard)가 한국을 방문,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2022년산 로제 와인 3종의 테이스팅 행사를 진행했다.

먼저 나온 바이 오트 로제(By Ott Rose)의 연한 핑크 색상에 가슴 두근거린다. 세컨드 라인이지만 손 수확은 물론 첫 번째 압착 주스 사용 등 도멘 오트 양조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첫 모금에서 복숭아와 부드러운 과일 향을 잡을 수 있다. 그르나슈(58%)는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이끌어낸다고. 그 외 생소 30%, 시라 10%, 무르베드르 2%를 섞어 양조했다. 시라는 부드러운 컬러 유지를 위해 섞는다고 한다.

다음은 도멘 오트 로제 샤토 로마상(Domaines Ott Rose, Chateau Romassan). 포도밭이 바다 인근에 위치해 산도와 보디감이 높은 편이다. 10년 안팎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올해 마시기 적당한 빈티지는 2019년. 품질 최우선으로, 포도주스에서 조금이라도 기준 미달이 발견되면 바이 오트용으로 넘긴다는 것이 르나르 이사의 설명이다.

테이스팅 행사의 화려한 피날레는 ‘에투알 로제(Etoile Rose)’. 도멘 오트와 프로방스 자존심을 걸고 만든 와인이다. 12년간 연구와 개발 끝에 지난 2020년 첫선을 보였다.

6월 19일 현재 영국의 와인서처(가격 비교 플랫폼) 가격은 병당 119달러. 이 와인의 맛과 향은 어떨까. 첫 모금을 마시려는 순간 르나르 이사는 ‘잠시 기다릴 것’을 권했다. 아이스 버킷 대기시간이 길어져 시음 적정온도(섭씨 12도)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도멘 오트 소유 세 곳의 포도원 중에서도 각각의 테루아 특성을 잘 드러낸 최고 포도만을 사용했다. 즉 부드러움과 짭조름한 느낌, 풀보디 구조감을 반영한 최고급 와인”이라고 말했다.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로제 와인 한잔으로 새 활력을 찾아보면 어떨까.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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