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살해한 범인 이미 20년 전 잡았다고 모친께는 거짓말해 왔다"
유영규 기자 2024. 7. 1. 07:15
▲ A 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 현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족적과 모든 정황이 구속 피의자를 지목하고 있었는데, 20년이나 걸렸네요."
20년 전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 씨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28일 발부되자 사망한 피해자의 동생 안 모 씨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그는 "어머니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20년 전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실제 잡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며 "구순의 어머니는 아직도 비명에 간 형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둔기와 흉기에 의해 살해된 형 B(당시 41세) 씨의 범인을 쫓았습니다.
장기 미제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실망한 안 씨의 아버지는 병을 앓다가 사망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모친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10년 만인 2014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안 씨는 생각했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A 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2020년 6월 나오자 수사는 활기를 띠었고 안 씨도 희망을 걸었습니다.
결국 그해 11월 경찰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이를 넘겨받은 검찰에서 족적의 증명력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동생 안 씨는 형의 억울한 죽음을 법정에서 밝힐 수 있도록 재판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호소했습니다.
그사이 경찰의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도 바뀌고 관할 검찰청인 영월지청의 담당 검사만도 4∼5명이나 새로 부임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검찰 역시 추가 압수수색과 재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 지난달 28일 발부됐습니다.
쌓인 수사 기록만도 2만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안 씨는 "모친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한 거짓말이 사실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재판을 통해 형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임영웅, 때아닌 남성 혐오 논란 휩싸여…무슨 단어 썼길래
- "오지 마" 드러눕고 고성…이사 차량 막은 입주민들, 왜?
- [뉴스딱] 웨딩스냅 성지였는데…"이기심 때문?" 촬영 금지된 동작대교
- 트럭 들이받고 역주행 '쾅'…렌터카로 무면허 질주한 10대
- 독점이라더니 모두 가짜 술…중국 명주 마오타이 병에 구멍?
- "이 사람 몇 살로 보이나요"…영업정지 편의점 점주 "투표해 보자"
- "월패드 있는 아파트 관리비 연 100억 늘어날 듯"…해킹 범죄 대책
- '동탄 화장실 사건' 경찰서 공지문에 누리꾼 공분…"사과 먼저"
- "온다, 큰일 났다" 산길 달리다 '기겁'…습격에 봉변
- 2,500년 된 고도시 잠겼다…고대 유적 유실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