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시드’ 이끄는 엄에스더씨 “받은 만큼 돌려줘야죠”… 10년째 도시락 봉사 [심층기획-‘먼저 온 통일’ 탈북민]
서울역 쪽방촌 돌며 독거노인 찾아
“더불어 사는 삶… 전쟁 없는 세상 꿈꿔”
2014년 노숙인들에 도시락 봉사 시작
“탈북민들이 어려운 남한 사람 돕는다”
소문 퍼져 참여자 늘고 재단까지 설립
한 달에 한 번 도시락 봉사·휴먼북 행사
“탈북 과정 받은 도움 돌려주고 싶어 해
北·탈북민 이해… 통일 교육 좋은 기회”
어느 문은 열리지 않았고 어느 문은 아예 두드리지 않았다. 반으로 접힌 휠체어가 놓인 어느 방 앞을 노크 없이 지나치며 유니시드의 한 회원이 말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이 살던 방이에요. 장애인이셨어요.” 휠체어는 유품이었다.
유니시드는 탈북민과 한국 원주민이 함께 섞여 있는 봉사단체다. 2014년 엄씨와 또래 탈북민 3명이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준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인조고기밥, 두부밥 등을 만들어 와 나눴다고 한다.
‘탈북민이 서울역에서 노숙자들한테 봉사활동을 한대.’ 자기도 어려울 탈북민이 더 어려운 한국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참여자가 늘고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백승수씨는 엄씨 사연을 듣고 후원하다 재단 이사장까지 맡은 경우다. “많은 탈북민이 자신도 어렵게 살아왔고 탈북 과정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자신도 꼭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탈북 1세대는 당장 전문적인 어떤 능력은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어 하죠.”
완성된 도시락을 들고 쪽방촌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은 익숙한 듯 구역을 나누고 2, 3인이 한 조가 돼 흩어졌다. 도시락을 돌리고 교회로 돌아가는 길에 한 주민이 엄씨를 알은체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50대 남성으로 보이는 그는 엄씨가 하고 있던 앞치마를 가리키며 “나 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엄씨가 선뜻 풀어준 앞치마에는 ‘유니시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앞치마가 유니폼인 셈이었다. 엄씨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나도 유니폼 하나 달라’는 말로 표현한 듯 보였다.
도시락을 만들던 식당 한쪽에는 참여자들이 먹을 간식이 놓여 있었다. 익숙한 한국 과자들과 함께 북한식 옥수수 뻥튀기인 ‘퐁퐁이’도 놓였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와 간단한 저녁을 먹을 땐 오이냉국에 두부밥 등 남북한 ‘소울푸드’가 함께 차려졌다. 7년째 회원인 ‘남향민’ 김모씨에게 참여 계기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얘기 듣고 감동받아서 합류했어요. 자기 살기도 어려울 탈북민이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돕고 있다니.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하고 있네? 이거 같이해야겠다 싶었죠. 북한과 탈북민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여긴 현장이잖아요. 청년들이나 남한 사람들이 굉장히 막연하게 생각하고 두려움 내지는 이상한 감정과 인식, 그동안 이념 체제나 남북관계에 의해서 왜곡된 게 많다 보니까, 그런 시각들이 없어지는 좋은 기회예요. 통일교육으로 이만한 게 없죠.”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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