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에어컨 없는 파리올림픽… 40도 폭염과 싸우는 방법

홍아름 기자 2024. 7.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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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절감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 두지 않기로
건물 배치와 지하수 냉각 시스템으로 자연 냉방
참가국들 “자체 에어컨과 냉방 기술 총동원”
오는 7월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의 모습./AFP 연합뉴스

오는 26일 열리는 파리올림픽이 ‘더위와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대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연 바람이나 지하수로 온도를 낮춰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는 한여름 온도가 섭씨 40도까지 오른다. 습도 70%에 최고 기온 34도로 역대 가장 더운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올림픽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미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날씨가 이번 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 “과학을 믿으세요”

지난 2월 파리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선수촌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서 설명한 자연 냉방 전략은 두 가지다. 먼저 선수촌을 설계할 때부터 센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선수촌 건물 배치와 크기를 다양하게 하고 직사광선이 잘 들어오지 않도록 했다.

두 번째 전략은 지하수 냉각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약 70m 깊이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건물 바닥에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선수촌 건설을 담당한 공공단체 솔리데오는 이 시스템을 사용해 실내 온도를 실외보다 6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정에너지로 작동하는 선풍기 8200대를 방마다 설치해 냉방 효과를 높일 예정이다.

실제 프랑스는 에어컨이 설치된 주택이 드물다. 에어컨 실외기가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설치하려면 구청의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면 반상회와 비슷한 ‘주택 소유자 협회’의 허락도 필수다. 설사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허가 받기까지 최소 몇 주가 걸린다. 프랑스 당국도 평소 자연 환기나 센강의 차가운 물을 끌어오는 냉각 시스템을 권장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에어컨 없는 선수촌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달고 파리 시장은 로이터에 “과학자들이 에어컨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과학자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위원회 역시 이미 열파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며 선수들이 올바르게 쉴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연구하는 손병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지하수 냉각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 연구원은 “70m 깊이라면 지하수의 온도는 12~15도 정도”라며 “바깥 온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실내를 6도 낮게 유지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크레이그 헬러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가 개발한 ‘쿨미트(CoolMitt)’./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참가국들도 ‘더위 전쟁’ 뛰어들어

‘에어컨 없는 선수촌’ 소식에 올림픽 참가국들은 저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선수단 규모 20위 안에 드는 국가 중 질문에 답한 미국과 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그리스·덴마크·호주 등 8국이 모두 휴대용 에어컨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해당 국가들의 선수를 모두 합하면 3000명으로 전체의 25%에 달한다.

미국은 별도의 기술도 활용한다. 체온 조절 전문가라 불리는 크레이그 헬러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가 개발한 ‘쿨미트(CoolMitt)’다. 장치의 핵심은 10~12도의 물이 적셔진 패드다. 이 패드에 손바닥을 대면 혈액이 빠르게 식는다. 사용 방법이 간단해 훈련이나 경기 중 짧은 휴식 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

헬러 교수는 로이터에 “혈액을 식혀 순환시키면 심장이나 근육에 열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며 “체온이 위험한 수준까지 오르는 것을 막고 주변 온도에 민감한 선수들의 운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일부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쿨미트를 활용하고 있다. 타일러 프리드리히 스탠퍼드대 응용성과부문 운동부장은 “열이 축적되면 기대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쿨미트를 사용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활력이 넘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장연학 역도 국가대표 선수가 지난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하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 후 아이스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 NASA 기술로 만든 쿨링 조끼, 매트 준비

대한체육회는 친환경 특수 냉매제인 ‘상변화물질(Phase Change Material, PCM)’을 활용한 쿨링 재킷 200벌, 쿨링 시트 150개를 제작해 지급할 예정이다. 쿨링 재킷이나 시트는 18도 내외로 최대 3시간 동안 유지된다. 사용한 뒤에 냉장고나 찬물에 넣어두면 냉기를 되찾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냉풍기와 양산도 지급해 더위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쿨링 제품의 주성분인 상변화물질은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물질의 상태가 변할 때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물질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복에 사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한 뒤로 기능성 의류와 같은 쿨링 제품에 널리 쓰인다.

배중현 진천선수촌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이번에 사용한 상변화물질은 18도에서 얼어버리는 얼음이라고 보면 된다”며 “18도에서 고체로 변하면서 열을 최대한 저장하면서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동상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상 부위 냉찜질부터 열사병 예방까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외 경기 선수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의과학부 관계자는 “대부분 실내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지만 일부 종목은 야외에서 치러진다. 열사병과 같은 응급 상황에는 의무진과 트레이너들이 조치할 것”이라 밝혔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더운 날씨에 오래 노출되면 지치게 돼 있다”며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맞춤형 식단을 포함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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