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뭐길래 위원회까지···SK하이닉스, 차세대 HBM에 83조 쓴다[biz-플러스]

허진 기자 2024. 7.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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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고의사기구에 ‘반도체위원회’ 신설
곽노정 사장 위원장에···관련 계열사 총집합
AI 리더 만나는 최태원, AI 경쟁력 '올인'
SK하이닉스 5년 간 103조, HBM에 83조 투자
[서울경제]

SK그룹이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해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전력투구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특정 사업을 겨냥한 위원회가 설치되는 것은 처음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에 관련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글로벌 경쟁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000660)가 선봉에 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관련 사업에 8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지난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다음달 1일자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CEO)을 위원장으로 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주요 관계사 경영진이 모여 그룹 차원의 경영 아젠다 방향성을 논의하고 시너지를 모색하는 최고의사협의기구다.

반도체위원회는 기존 위원회와 결이 다르다. 기존 위원회가 공통 경영철학이 필요한 아젠다 중심이거나 포트폴리오 전반을 다뤘다면 신설되는 반도체위원회는 특정 사업에만 집중하는 첫 협의체로 그만큼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총력전을 기울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위원회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다. 소재(SKC), 웨이퍼(SK실트론),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하드웨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연이어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는 중이다. 최 회장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연달아 만났다. 지난 4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달 초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잇따라 만나 AI와 반도체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CEO 지원 조직인 '코퍼레이트 센터'를 신설하고 송현종 담당을 사장으로 선임해 곽노정 CEO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곽 CEO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곽 CEO는 특히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 상황에서 기술력과 경영 효율성 등을 앞세워 체질 개선을 이루고 수요 부진 제품 감산,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으로 시장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에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적극적인 AI용 메모리 수요 대응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지난해 4분기 업계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5개 분기 만에 다운턴을 극복했다. 올해 1분기에는 2조 88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 간 총 103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중 약 80%에 해당하는 82조 원은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업계 최초 12단 적층 HBM3를 개발한 데 이어 같은해 8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 개발에 성공,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특히 4세대인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쥔 가운데 지난해 HBM3 매출액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한다.

지난 4월에는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짓고 현지 연구기관도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5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생산 기지 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급증하는 HBM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청주캠퍼스에 M15X를 신규 건설해 D램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팹(반도체 생산공장) 4기가 구축될 대규모 생산기지 용인 클러스터의 첫 팹도 2025년 3월 공사에 착수해 2027년 5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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