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대로라면 10년후 농촌은

이현진 기자 2024. 7.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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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역농협 작목반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올 한해 농사와 관련한 얘길 나누던 조합장이 농가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요즘 강원에서 사과 농사짓기 좋다는 거 아시죠? 우리 농협도 사과농가를 육성하려는데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죠."

10년 전(1004만원)보다 불과 110만원 오른 수준으로, 농사론 한달에 100만원도 못 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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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역농협 작목반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올 한해 농사와 관련한 얘길 나누던 조합장이 농가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요즘 강원에서 사과 농사짓기 좋다는 거 아시죠? 우리 농협도 사과농가를 육성하려는데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죠.”

자연스러운 말이었다. 최근 강원이 사과 재배적지로 뜨고 있고 농협이 이런 변화에 대비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들떴던 분위기엔 정적이 흘렀다. 농가들은 헛기침을 한 후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이들의 연령대는 70~80대. 만약 청년농이었다면, 적어도 50대이기만 했더라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경영주가 70세 이상인 고령농가 비중은 전체 농가의 47.8%에 달했다. 10년 전 비율도 37.7%로 낮지 않았으나 이젠 그 수치가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40~50대 비중은 같은 기간 31.5%에서 17.4%로 쪼그라들었다.

‘왜 농촌에 사람이 오지 않느냐’는 질문은 이제 참 진부해졌다. “돈이 됐으면 진작 내 자식부터 농사지으러 왔을 것”이란 한 농민의 자조 섞인 말엔 딱히 뭐라 답할 말조차 없다. 농촌엔 병원도 마트도 영화관도 부족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농사로 돈을 벌 가능성 자체가 크게 낮다.

2023년 국내 농가의 연간 농업소득은 1114만원에 그쳤다. 10년 전(1004만원)보다 불과 110만원 오른 수준으로, 농사론 한달에 100만원도 못 번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선 근근이 버틸 정도인 지원금만으론 젊은층은 섣불리 농촌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당국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정말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진 의문이다. ‘사과를 키울 농부는 있어야 한다’고 하겠으나 ‘사과로 많은 돈을 벌어선 안된다’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초 ‘금(金)사과’ 논란이 일어날 당시는 물론이고 양파·배추·당근·포도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당국은 매번 수입 확대라는 철퇴를 날린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금’이 될 때마다 수입 확대 카드를 꺼내 드는 건 결국 젊은층을 농촌으로 불러들일 유인을 꼬박꼬박 없애는 일과 다르지 않다. ‘금’이라 부르는 그 값이 정말 비싼 건지에 대한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말이다.

지방소멸이 사회 화두에 오른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농촌은 대책 없이 늙어가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10년 후 농촌은 어떤 모습이 될까. 고민 말고 답을 내야 할 때다.

이현진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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