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보리커피, 나의 하루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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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커피 3잔을 마셔왔다.
고민하던 나에게 지인이 권해준 것이 보리커피였다.
그런데도 나는 차츰 보리커피에 효용감을 느꼈다.
하지만 곧 머리를 써야 하는 노동의 멍에가 느슨해지면 먼 아열대지역에서 온 원두로 만든 커피 한잔도 전북 고창 보리나 제주 보리로 만든 정겨운 우리 커피로 갈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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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커피 3잔을 마셔왔다. 일어나자마자 2잔을 바로 마셨다. 그러지 않으면 아침부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내 일의 70%를 오전에 처리하는 ‘아침형 인간’이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한잔을 더 마셨다. 낮잠을 쫓고 나머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커피를 하루 3잔 마신 것은 채 몇년 되지 않는다. 5년여 전 기자 때에는 오후와 밤에도 커피를 오전처럼 마셨다. 최소 하루에 5잔이었다. 중요한 원고작업이 있으면 자정이 지난 후에도 커피를 마셨다. 10잔 넘게 마시는 날도 적지 않았다. 집중력을 핑계로 한 카페인 중독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두잔을 잇따라 마시지 못한다. 속이 쓰린 것을 넘어 아예 목에서 탁 걸렸다. “왜 이런 독한 커피를 아직도 마시느냐”며 온몸이 거부했다. 나는 커피를 대체할 뭔가를 찾아야 했다. 녹차·홍차·보이차처럼 카페인이 함유된 차를 마셔봤지만 피드백은 커피만 못했다.
고민하던 나에게 지인이 권해준 것이 보리커피였다. 보리를 커피처럼 오래 로스팅해 커피맛을 낸 커피 대용 음료다. 처음에는 ‘과연 커피맛이 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마셔보니 보리커피는 색깔과 맛은 커피와 비슷했지만 뒷맛에서 곡물맛이 났다. 그런데도 나는 차츰 보리커피에 효용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카페인이 0%인데 보리커피가 커피 비슷한 향과 맛으로 커피를 대체한다는 것이 의아했다(물론 커피 가루를 10%가량 섞은 보리커피도 있다). 그런데 보리커피는 커피와 비슷하게 항산화물질과 폴리페놀이 풍부할 뿐 아니라 커피에 없는 식이섬유 등 보리 자체의 장점도 있다. 단순히 커피 비슷한 색깔의 음료를 마셔서 느꼈던 후광효과가 아니었던 셈이다.
안타깝지만 노화도 보리커피를 받아들이게 된 원인이었다. 나이가 들면 카페인 해독이 늦어진다. 카페인 섭취량이 절반가량 해독되는 반감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5시간 정도다. 하지만 50∼60대가 되면 이 반감기가 8시간쯤으로 늘어난다.
보리커피가 주는 정신적 만족감도 커피를 대체하는 주요한 계기가 됐다. 보리커피는 친환경적이다. 커피가 원두에서 한잔의 음료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은 보리커피의 최소 10배 이상이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커피 원두 18g으로 내린 아메리카노의 탄소발자국은 0.28㎏이다. 0.3㎏의 탄소발자국은 100장의 종이를 사용한 탄소발생량과 비슷하다. 거기다 보리커피는 유기농 국산보리를 쓴 제품이 많다. 보리커피를 마시는 건 내 몸뿐 아니라 지역 농업과 지구 환경에도 좋은 것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아침에 아라비카 원두로 내린 커피 한잔을 마신다. 하지만 곧 머리를 써야 하는 노동의 멍에가 느슨해지면 먼 아열대지역에서 온 원두로 만든 커피 한잔도 전북 고창 보리나 제주 보리로 만든 정겨운 우리 커피로 갈음할 계획이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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