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만 1억인데,임대사기라니"…상가임대차 사기 대응법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4. 7. 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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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교육 : <7>안전한 창업과 임대차 계약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초보 창업자 노리는 임대사기
공인중개사 적법성 확인부터
가(假)계약 함정도 주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Q : 저는 김민수(58세, 가명)입니다.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30년 다닌 회사에서 퇴직하고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모아 서울 강남 소재 상가를 임대해 카페를 열기로 했습니다. H중개사로부터 상가를 소개받고 건물주와 직접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계약을 체결했어요. 등기부도 제 눈으로 확인했죠. 오랜 기간 준비했던 창업이라 인테리어에도 1억 원을 들였죠. 그런데 3개월 전 갑자기 다른 분이 나타나 자신이 진짜 건물주라며 월세를 내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제가 계약 당시 만난 '건물주'가 사실은 가짜였으며, 부동산 중개사와 공모하여 사기를 친 것이었습니다. 제 보증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카페도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요?

A : 중년의 자영업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창업의 가장 큰 부담은 '임대 비용'이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꿈꿔왔던 창업을 앞둔 중년들은 "혹시 나도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평생 모은 돈을 잃게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김민수씨는 필자와 함께 △가압류를 통한 긴급 조치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 △중개업자의 공제제도 △언론 제보를 통한 사회적 관심 유도 등을 활용, 다른 피해자 37명과 연대해 보증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창업자가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 시 주의해야 할 핵심 사항을 숙지하고 사전에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 창업자를 위한 최신 전세사기 대응법을 △매물탐색 △계약서 작성 △계약 종료 단계로 나눠 소개하겠다.

그래픽=이지원기자

매물을 찾는 과정에서 주의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먼저, 공인중개사의 적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등록 또는 업무정지 상태의 중개사와 계약할 경우 사고 발생 시 배상받기 어렵다. 중개보조원이 '실장', '이사' 등의 직함으로 중개사를 사칭하는 경우는 적법한 공인중개사인지를 구분하기가 특히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중개사 확인을 위해 받은 명함의 정보로 적법한 영업 여부를 검색하는 것이다. 명함의 정보를 활용해 국토교통부 '브이월드(Vworld)' 사이트나 '공인중개사협회' 사이트를 조회할 수 있다. 중개인의 공인중개사 자격, 영업 상태, 공제회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가건물의 실제 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중개사가 제공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만 보고 판단하거나 건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금물이다. 건축물 대장을 열람하여 위반건축물 여부와 실제 면적을 확인해야 한다. 구청 건축과에 문의해 소방시설이나 정화조 용량이 창업하는 업종에 적합한지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건물주가 불법개조한 건축물인지 모르고 덜컥 임대를 했다가 원상복구 명령을 하는 바람에 인테리어 공사비 등은 회수하지도 못하고 폐업을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계약금 지급도 주의해야 한다. '가(假)'라는 글자에 현혹되어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계약 체결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의 권유에 쉽게 응하곤 한다. 그러나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흔히 '가'계약금 500만 원만 포기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오해하지만, 실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실제' 계약금 1,000만 원의 2배인 2,000만 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래픽=이지원기자

매물을 찾았다면 이제 계약서에 서명할 차례이다. 계약 시 주의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지난달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에서 개정한 상가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을 공인중개사에게 요구하자. 관리비 세부내역 표기 등 임차인에게 유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임대인 본인을 직접 만나서 계약해야 한다. 대리인을 통해 계약한다면 위임장, 인감증명서, 임대인 신분증을 확인하자. 보증금 입금 시에도 임대인 명의의 계좌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건물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를 대비해 임대차보증금채권보다 선순위 권리인 담보권, 압류채권, 조세채권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확인되지 않는 조세채권은 최근 법률 개정으로 건물주 동의 없이도 열람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구청이나 세무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에도 놓치지 않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나 종료 통지를 하려고 하는데, 전화나 내용증명도 받지 않는 경우 굉장히 난처하다. 이 경우 관할 법원에 '의사표시의 공시송달신청'을 할 수 있다. 회수할 권리금이 있다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새 임차인을 구해 임대인에게 통지해야만 회수할 수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최근 전세사기에 대한 정부정책이 '주거안정'에 초점을 두다 보니 상가임대차는 주택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호가 미흡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본칼럼에서 제공한 실질적인 조언들을 활용한다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강인한 창업가로서의 여정을 자신 있게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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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변호사·서울중앙지법 상근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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