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풀어야 [특파원칼럼]

베이징=우경희 특파원 2024. 7. 1.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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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30일 내린 기록적 폭우로 베이징 시내 주요 교통 거점인 베이징역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됐다. 청더(승덕)행 노선을 포함한 일부 주요 노선이 마비됐고 역을 이용하려던 승객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건조하기로 유명한 베이징은 연 평균 강수량이 서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절대강수량이 3분의 1일 뿐 아니라 사실상 장마나 며칠간 이어지는 폭우가 없다. 비 다운 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 베이징에 지난해 여름부터 물폭탄이 터진다. 60여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내리며 도심이 마비됐다. 특급호텔에 하수구가 역류해 외국인들이 체류하는 객실에 눈 뜨고 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게릴라성 폭우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이상기후에 취약한 것은 지구촌 전체가 마찬가지겠지만 인구가 많고 도심 인구밀집도가 높은 중국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베이징 시내 도로와 건물은 폭우에 대비하는 설계가 거의 없다. 한꺼번에 많은 우수를 처리할 수 없으니 시설이 물에 잠기고 피해규모가 커진다. 베이징 시내 차도 좌우변에 우수가 빠지는 하수구를 아예 설치하지 않은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도로의 중앙을 미세하게 볼록하게 설계, 빗물이 흘러내리게 만든 경우도 거의 없다.

중국 정부도 빨라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는 분위기다. 정확한 통계가 어렵지만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배출된다는 건 상식이다. 중국 내 생산설비들과 동부 해안에 면해 줄지어 들어선 화력발전 등 발전설비들은 오늘도 석탄과 가스를 밤낮없이 때며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모빌리티가 확대되지만, 이는 전력수요 증대로 이어지고 그 전기는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진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면서도 오히려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손을 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바꿔야 하고, 공식화하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온실가스 배출에 민감한 서방의 공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2050년을 기점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 계획을 구체화한 반면, 중국은 2060년을 목표로 하지만 그나마도 세부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부내용을 공개하면 항목별로 국제사회의 검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처리다. 베이징 시내 한가운데에서도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배출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음식물과 재활용품이 뒤섞인 쓰레기들이 매일 각 가정에서 쏟아져나온다.

침체되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환경과 온실가스 문제까지 고민하는 건 사치일 수 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는 이미 중국인들의 생활 환경을 바꿔놓고 있으며, 중국발 온실가스는 중국은 물론 중국 주변국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에 대응해 글로벌 리더십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이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 외면하면서 리더십을 바로세우기는 어렵다.

환경보호와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도시재설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새로 열리는 글로벌 신규 시장들은 대부분 친환경 신재생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는 물론 바이오의 영역까지 모두 친환경과 일맥상통한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새로 열린다는 의미이며 중국 내수시장은 테스트베드인 동시에 세계 최대 친환경 시장이 될 수 있다. 경제전략을 구체화하는 7월 3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안건이 비중있게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각종 산업 영역에서 중국과 경쟁이 격화하며 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전향적 접근도 필요하다. 중국의 신재생 친환경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우수한 기술을 앞세운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베이징=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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