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과포화된 공인중개사 자격증

경기일보 2024.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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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하지만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시험 합격자는 1만5천157명이었고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 자격자 수는 무려 53만6천여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5명당 1명이 공인중개사다.

공인중개사 자격의 남발도 자격의 특성상 국민의 재산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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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하지만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시험 합격자는 1만5천157명이었고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 자격자 수는 무려 53만6천여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5명당 1명이 공인중개사다. 가족과 친척 중 1명쯤은 공인중개사인 것이다. 국민 자격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운전면허증을 제외하고 이렇게 흔한 국가 자격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전국 11만4천여개로 21%에 불과해 40만 가까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소위 ‘장롱면허’로 전락하고 있다.

남발되는 국가 자격은 자격관리의 사각을 넓히고 이는 다시 일탈로 연결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게 상식이다. 운전면허증 발급이 쉬워지고 합격자가 많아지면 어이없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의 남발도 자격의 특성상 국민의 재산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격 운용정책의 명백한 실패다.

공인중개사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올해로 30년이 흘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수십년간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지만 나아진 건 없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국이 몸살을 겪고 나서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겨우 귀를 기울이는가 싶더니 다시 조용해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계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개업 공인중개사 사무소 수가 지난 2022년 8월 이래 연속 2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4개월 동안 전국에서 무려 1천여개의 중개사무소가 줄어들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권리금도 포기한 채 문 닫은 사무소들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선과 암울한 업계의 분위기를 수치로 대변하고 있다.

강력했던 고대 로마제국도 외세의 침략이 아닌 잘못된 국가 정책, 즉 ‘내부의 적’으로 멸망했다고 한다. 잘못된 국가 자격 운용정책이 국민과 나라를 병들게 하는 ‘내부의 적’이 될 수도 있음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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