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가치로 바라보는 세상

경기일보 2024.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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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을 지나던 보이저1호가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거꾸로 돌렸을 때,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하나가 찍혔다.

크고 작음을 넘어 지구와 우리가 한 점에서 한 덩어리가 됐기에 나오는 탄성! 60억㎞ 떨어졌지만 다른 각도에서 봤기에 나오는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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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해왕성을 지나던 보이저1호가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거꾸로 돌렸을 때,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하나가 찍혔다. 촬영을 제안했던 칼 세이건은 책 ‘코스모스’에서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라며 전송된 사진에 경탄한다. 한 줄기 섬광이 겹친다. 광대한 우주 속 작은 점에서 찬란하게 떨려 나오는 느낌. 그것은 가치다. 광활한 우주 속, 한 점 미미한 존재에 대한 성찰. 한 점 지구와 그 안에 모여 사는 인간. 크고 작음을 넘어 지구와 우리가 한 점에서 한 덩어리가 됐기에 나오는 탄성! 60억㎞ 떨어졌지만 다른 각도에서 봤기에 나오는 가치였다.

밤하늘의 별을 본다. 천억 개의 은하, 그 은하마다 천억 개의 별들을 다 세어야만 ‘우주와 나’를 알게 될까? 우주와 자신의 크기에서도 과학적 진리를 느끼지만, 장미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지구와 우리’가 한 점으로 같아지는 일즉다(一卽多)의 깨우침에서도 가치를 느낀다.

광대한 우주 138억년 역사에서 장엄함을, 46억년 자연경관에서 생경함을, 35억년 전 탄생한 생명에서 존귀함을 느낀다. 시공간적 거리를 재는 과학적 측량을 넘어 아득한 심리적 거리의 다양한 가치를 읽는다. 우리의 느낌에는 ‘바라보는 대상’의 제 가치가 담겨 있다.

구주고원(久住高原) 중턱에서 아래를 보니 산안개가 가득하다, 멀리 굽이치는 산봉우리에 뭉게구름이 가치로 피어오른다.

산의 내장처럼 꿈틀대는 삼나무숲은 왜 대대로 거듭나고, 야생의 사슴 무리는 왜 후손으로 지속을 택했을까. 우주 원소들이 날아와 무기물, 유기화합물로 남아있질 않고 유전자로 반복되는 생명의 과정을 밟았을까. 어찌 여기서 홀로 자유로운 개체의 가치가 나오고 더불어 사는 사슴 무리의 어울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분지 아래 펼쳐진 장관엔 다양한 의미가 뚜렷이 남아 있다. 아무도 반복·순환의 이유를 말로 전해줄 수는 없으나 다가오는 느낌마다 저마다의 뜻을 어렴풋이 알려준다.

생존과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자신과 자식에 대한 사랑. 태초 하나에서 모든 것이 나왔듯, 그 빛의 방사가 모두 하나이듯, 각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사랑으로 어우러진다.

아소산 분화구의 유황 연기가 태초 우주 먼지처럼 대기로 뿜어진다. 나지막한 고원엔 새로 피어나는 안개가 자욱하다. 진선미로 불리는 모든 것, 소소한 아침의 한가로움이든, 상큼한 공기이든, 우리가 가치로 바라볼 때 세상이 의미로 살아난다. 뜻 없이 그냥 살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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