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남극이 주는 황홀함

경기일보 2024.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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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장보고기지 일기예보에는 일출과 일몰 시각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황홀함은 바로 남극 얼음이 전해 준다.

내려서도 해빙 위로 15~20분을 달려야 드디어 남극 대륙을 밟을 수 있다.

얼음을 통해 보는 거대 자연의 힘, 이것이 남극이 주는 세 번째 황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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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제11차 월동연구대 총무

지난달부터 장보고기지 일기예보에는 일출과 일몰 시각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해가 뜨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 낮에 두세 시간 어스름하게 비추던 빛도 없어지고 이제는 하루 종일 어둠만 지속되는 극야 기간이 됐다. 6월21일 한국은 절기상 ‘하지’를 맞지만 반대로 기지가 위치한 남반구는 동지를 맞는다.

전등 빛이나 달빛이 없다면 이곳은 거의 암흑에 가깝다. 거기에 눈보라까지 몰아치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기지 안에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잡는 일이 생길 정도다. 날이 맑아 달이 뜨면 밝은 달 아래 은은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기지와 설빙의 풍경이 제법 운치 있다. 달이 뜨지 않은 날에는 밤하늘을 채운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은하수를 직접 볼 수 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21년 만에 최고로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하면서 장보고기지에서도 오로라의 향연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남극이라도 그간 오로라는 구름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야 초록빛 오로라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밤하늘에 초록빛과 주홍빛의 오로라가 펼치는 빛이 파장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적막한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남극 하늘이 바로 남극이 주는 첫 번째 황홀함이다.

반대로 11~3월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된다. 자정에 밖으로 나가도 계속 낮이라 시계가 없다면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이 시기에는 맑은 하늘에 선명한 태양 빛이 내리쬐고 끝없이 펼쳐진 눈과 얼음이 반사해 만드는 청명한 풍광이 일품이다. 이 광경은 너무 밝아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는 볼 수 없지만 이 또한 남극이 주는 두 번째 황홀함이다.

마지막 황홀함은 바로 남극 얼음이 전해 준다. 장보고기지를 비행기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발을 내딛는 즉시 놀란다. 비행기가 바다가 언 해빙 위에 착륙하기 때문이다. 내려서도 해빙 위로 15~20분을 달려야 드디어 남극 대륙을 밟을 수 있다. 끝없이 평평하게 이어진 이 얼음은 3월 말부터 얼기 시작해 다음 해 1월 정도에 모두 녹아 숨겨져 있던 바다가 드러난다. 놀랍게도 비행기가 내려도 끄떡없는 두께 1.5m가 넘는 이 얼음들은 바람이 한 번 불면 하룻밤 사이 다 깨져 없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도저히 얼 것 같지 않은 기지 앞 바다가 또 하룻밤 새 얼음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얼음은 언제나 깨질 것을 두려워하는 연약한 존재로 보였으나 남극에서 마주한 얼음은 거대한 자연의 힘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얼음을 통해 보는 거대 자연의 힘, 이것이 남극이 주는 세 번째 황홀감이다.

대부분 남극을 추위의 땅, 얼음의 땅, 혹한의 땅이라 하지만 필자가 겪은 남극은 추위와 얼음으로만 정의하기 어렵다. 앞으로 남극을 대표하는 표현은 얼음, 하늘, 바다, 생태계까지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감상에 덧붙여 세 가지 황홀함으로 표현했으나 남극은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풍광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공간임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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