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이트진로, 가짜 생맥주 사태에 진짜 책임 없나

경기일보 2024.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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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판매하는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이 논란이다.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를 생맥주처럼 판매하고 있었다.

'필라이트 살얼음 생맥주'로 소개하며 '필라이트 생 500㏄'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의 생맥주 둔갑 논란은 이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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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주점에서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제품을 생맥주라고 표기한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경기일보DB

 

하이트진로가 판매하는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이 논란이다. 이 제품은 소비자 인식이나 규정상 맥주가 아니다. 국내 시판되는 맥주는 맥아 함량이 70%를 넘는다. 주세법에 의하더라도 맥주는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다. 맥주도 아니고 생맥주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일부 주점·식당에서 ‘생맥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다. 명백한 소비자 우롱이다. 생맥주 값을 받았다면 불법이다.

본보 취재진이 판매 현장을 도내 전역에서 취재했다. 지난 27일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한 주점.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를 생맥주처럼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이? 생맥주 500㏄ 3천500원’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각 테이블 메뉴판에도 ‘필라이트 생맥주’라고 적혀 있다. 앞선 21일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주점에서도 같은 상황을 확인했다. ‘필라이트 살얼음 생맥주’로 소개하며 ‘필라이트 생 500㏄’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의 생맥주 둔갑 논란은 이미 있었다. ‘속았다’거나 ‘속을 뻔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최근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조사인 하이트진로 측은 “‘필라이트 생’으로만 표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메뉴판이나 판매가는 업소에서 결정한다”며 책임 없음도 주장했다. 하지만 시중의 ‘생맥주 사칭’은 계속 발견된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생맥주 둔갑’의 1차 행위자는 판매하는 주점·음식점이다. 면책(免責)을 주장하는 하이트진로 측의 해명이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이번 논란의 원천적 요인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모든 혼란은 모호한 제품 자체에서 출발하고 있다. 앞선 ‘필라이트’ 상품에 명확한 분류는 없었다. 지금도 유통매장에서는 맥주와 뒤섞여 있다. 사실 그때부터 많은 소비자들은 ‘가성비 좋은 맥주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 왜곡을 회사만 모르고 있었나.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이라는 제품명은 더욱 노골적이다. ‘생(生)’이나 ‘20L’는 생맥주를 연상시킨다. 제품명에서부터 이미 혼란이 시작됐고, 그 모호함을 시중 판매자들이 악용한 것이다. 아닌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조언을 참고해 볼 만하다. “법을 판정할 때 오인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만큼 오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해석은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모호함의 상술인가.

‘우리는 생맥주라고 꼭 짚어 쓰지 않았다’거나 ‘브랜딩 스티커를 시중에 배포했다’는 해명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소비자의 불만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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