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갈라파고스 한국에서 우버·에어비앤비·구글이 살아남는 법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4. 7.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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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택시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 /우버

“우버 택시 전용 픽업존.”

지난 8일 인천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우버’라고 적힌 택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우버가 불법이라 ‘우티’ 아니었나?’ 직원이 말해줍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우버’ 앱이 자동으로 ‘우티’로 바뀌게 돼 있었어요. 그랬더니 외국인들의 항의가 많았대요. ‘오류 난 거 아니냐?, 우버가 우티 맞느냐?’, 그래서 올해 2월부터 ‘우버 택시’로 이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코로나 기간 ‘영화 기생충’, ‘K팝 방탄소년단’,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놀라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우버’, ‘에어비앤비’, ‘구글 지도’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고립된 섬인 ‘갈라파고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저도 외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구글 지도로 갈 곳을 검색하고, 우버를 부른 다음, 에어비앤비에서 자는 것이다 보니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물론, 공유를 사용하지 않은 형태로 택시로 바뀐 ‘우티(지금은 우버택시)’, 공유 숙박은 아닌 ‘에어비앤비’, 기초적인 형태의 ‘구글 지도’가 있긴 하지만,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지요.

사업하기 어렵다고 포기하는 건 기업인의 마인드가 아닙니다. 특히, 지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나라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한국에서 생존하고 있을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아홉번째 이야기는 ‘우·에·구’, 우버·에어비앤비·구글입니다.

지난 28일 종가 최근 한 달간 상승률
우버 72.68 달러 12.58%
에어비앤비 151.63 달러 4.62%
알파벳a(구글) 183.42달러 5.44%

◇놀러 갈 때는 ‘우버 택시’

우리는 언제 우버를 이용할까요? 저는 해외 낯선 공항에 도착했을 때, 택시 타기는 부담스러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택시가 안 잡힐 때입니다.

‘우버 택시’도 이런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제가 우버 택시를 만난 곳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이었습니다. 10주년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라는 장소 특성 때문인지, 이번 페스티벌에는 유난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체감 상으로는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것 같았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우버 택시에서 내리더라고요. 우버 택시는 아예 택시 픽업존 ‘우버 택시 존’을 운영하고, 페스티벌 내부에 부스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현장의 우버 택시 스테이션. /우버

저는 페스티벌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은 다릅니다. 갈 때는 예쁘게 꾸며 입고 ‘놀다가 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입장하지만, 나올 때는 거지 같은 행색으로 ‘다신 못 오겠다’며 기어서 나오지요. 특히, 페스티벌 끝나고 겪게 되는 교통 체증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끝나기 한 30분 전쯤 출발해볼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좋아하는 DJ 알레소가 헤드라이너로 등장하는 날에는 ‘그래, 오늘 안에는 집에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보고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날은 이상하게 행사장에서 차가 하나도 막히지 않고 바로 빠졌습니다. 택시를 잡기 위한 인파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버 택시가 ‘승차 위치 지정 서비스’와 ‘순번제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이용자가 혼잡한 장소에서 택시를 호출할 때 가장 적합한 승차 위치를 추천해주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우버 측은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의 일부 ‘탑승 추천’ 서비스는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로 설정되지만, 상세하게 위치 안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우버 택시가 유일하다”며 “현재 서울, 부산의 주요 공항, 기차역, 호텔 등을 시작으로 적용 범위 및 지역을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우버 택시는 이렇게 ‘행사장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4 장보기오픈런’에서 참가자들이 푸짐하게 담은 장바구니를 들고 편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우버 택시 할인 쿠폰 제공했고요. 휴가철을 앞두고는 숙박앱 ‘여기어때’와도 협업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시와 함께 부산 워케이션(휴가지 근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일도 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우버 측은 “지난 4월 부산 지역 이용자 수가 올 1월 대비 1.5배 증가하였으며, 외국인 이용자 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 수치는 다가오는 휴가철과 국제 행사 시즌에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 생애 첫 경험 ‘에어비앤비’...광고없는 맛집은 구글 지도로!

에어비앤비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특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국을 방문했을 때 ‘에어비앤비’로 예약하는 건, 숙박업소가 없거나 너무 비쌀 때, 혹은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잖아요. 여기서 후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지난 19일 에어비앤비는 한옥스테이 전문 브랜드 버틀러리와 손을 잡았습니다. 버틀러리는 관리가 부족해 유지가 어렵거나 방치된 한옥 주택을 리모델링해 한옥 숙소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입니다. 현재 서울 지역 등에 위치한 35채의 한옥스테이 숙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북촌 하이킹 투어, 다도 체험 등의 K-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에어비앤비가 이들과 손을 잡은 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에어비앤비와 버틀러리가 협업한 숙소. /에어비앤비

또한 에어비앤비는 한강대교에 버려진 직녀카페를 숙소로 개조한 ‘스카이 스위트, 한강브릿지, 서울’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숙소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제가 외국인이라면 하룻밤 자고 싶을 것 같더라고요.

엔하이픈과 함께한 DDP 에어비앤비 숙소. /에어비앤비

지난해 5월에는 K팝 그룹 엔하이픈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특별 숙박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14달러에 K팝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요. 한국 패션계의 유명 인사들과 함께 맨 앞 좌석에 앉아 패션쇼를 즐길 수 있고, 엔하이픈 멤버들이 직접 엄선한 간식, 음료, 책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구글 지도 리뷰들. /구글 지도 캡쳐

구글 지도는 아직 여러 이해관계에 막혀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규제로 폐쇄국가 ‘북한’보다 미흡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구글 지도’ 국내 맛집을 검색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대상이 되지 않고, 주인들 눈치보지 않은 솔직한 리뷰들을 볼 수 있으며, 부족한 시스템으로라도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의 입맛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언제나 정부의 규제를 뛰어넘는 것은 사용자의 창의성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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