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中 휴대전화 불심검문’의 오해와 진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2024. 6. 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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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일부터 '국가안전 기관 행정 집행 절차에 관한 규정'과 '국가안전 형사사건 처리 규정'을 본격 시행한다.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당국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까지 임의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국의 '컴퓨터정보망 국제인터넷관리 임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어떤 단위나 개인도 당국의 허가 없이 당국이 차단한 위키피디아 같은 국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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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1일부터 ‘국가안전 기관 행정 집행 절차에 관한 규정’과 ‘국가안전 형사사건 처리 규정’을 본격 시행한다.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당국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까지 임의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중국을 방문하려는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은 “중국에서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관광객의 주의를 당부했다.


간첩 의심되면 휴대전화 불심검문

이 때문인지 최근 한국의 지인들은 필자에게 ‘휴대전화에 VPN 설치만 해도 잡혀가냐’, ‘이제 국내 메신저로는 연락 못 하냐’며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답을 주려고 관련 규정을 들여다봤다. 중국의 ‘컴퓨터정보망 국제인터넷관리 임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어떤 단위나 개인도 당국의 허가 없이 당국이 차단한 위키피디아 같은 국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 어기면 1만5000위안(약 284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2020년 저장(浙江)성 당국이 VPN을 통해 ‘위키피디아’에 접속한 내국인 1명을 처벌한 사례도 있다.

이 규정의 상위법인 ‘반(反)간첩법’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군사시설 촬영 등 간첩 행위가 의심될 경우 신체·물품에 대한 검문, 조사 비협조자에 대한 처벌 등이 이미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 측은 “이번 규정은 반간첩법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당 법의 절차와 요건을 명료하게 하려는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또한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규정에 따라 검사 대상은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으로 국한되고, 방첩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임의로 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간첩 행위의 대한 해석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반간첩법 개정 당시 ‘국가 기밀이 아닌 국가 안전·이익에 관한 경우에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경제 쇠퇴’, ‘민영기업 탄압’ 등 중국에 비판적인 주장을 하거나 유포할 때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에 중국에 반하는 주장을 펴거나,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검색하기만 해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 간첩 행위에 대한 규정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무리 중국 측이 “휴대전화 불심검문은 ‘간첩 의심 행위’가 있을 때만 실시한다”고 주장해도 “무작위 조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달 톈안먼 반정부 시위 35주년 취재를 준비하던 베이징 주재 모 한국 특파원의 집에 밤늦게 공안이 찾아왔다. 이들은 해당 특파원에게 “법규를 지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올 3월에는 상하이 공항에서 중국 국내 여행객 또한 휴대전화 검색을 당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모호한’ 간첩 기준이 근본 원인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 교민이나 여행객 중 반간첩법으로 조사를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일본 제약회사 직원이 구속됐고 최근까지도 중국 내 미국 컨설팅 업체 등에 대한 강제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이 구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필자 역시 중국 여행을 앞둔 한 지인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관광지를 제외하면 가급적 사진을 찍지 말고, 중국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고, 혹시 공안과 문제가 생기면 불필요한 언쟁을 하지 말고 곧바로 한국대사관에 연락하라.”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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