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우주로 가는 북한

강나루 2024. 6. 3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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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18회] 우주로 가는 북한

<<i>북한 평양, 2024년 6월 19일>

24년 만에 평양을 찾은 푸틴.

최근 부쩍 가까워진 관계를 과시라도 하듯 최고급 차량을 또다시 선물로 건넸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으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유일하게 지원하고 있는 북한.

푸틴/러시아 대통령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 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푸틴의 방북에 동행한 한 남성.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 유리 보리소프.

북한 발사체 엔진 기술 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왜 이번 방북에 동행했을까?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더 추력이 좋은, 성능이 좋은 발사체를 북한에 제공한다. 더 나아가서 설계도까지 줬다고 하면 그건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남북 우주 경쟁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천군만마죠.

<<i>북한 평안북도 상공, 지난달 27일>

지난달 27일 밤.

NHK 현장 중계/
빛나는 물체가 서서히 솟아올랐습니다. 대략 2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요. 공중에서 폭발하는 것 같은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일본 방송사 카메라에 북한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가 포착됐습니다.

빨간색 불길이 솟아오르고… 아, 폭발했습니다! 로켓이 폭발했습니다!

그 시각 일본 오키나와.

(피난 안내 경보)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어

기하라/일본 방위상
추가적인 도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방위성에서는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같은 시각, 우리 군 감시 장비로 포착한 북한의 발사체.

발사 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북한도 1시간 반 만에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발표에서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뜬금없이 갑자기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썼다' 이렇게 발표를 했어요. 근데 액체산소를 쓰는 거는 이거는 굉장히 다른 겁니다. 제가 갸우뚱했죠. 왜 액체산소를 쓰고, 등유를 썼을까. 천리마도 있는데…

천리마는 지난해 북한이 액체산소가 아닌 상온 추진제를 활용해 쏘아 올린 발사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액체산소를 썼다는 겁니다.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북한이 작년 말 천리마를 발사한 후에 몇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연료 체계의 엔진을 발사했단 말이에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뭐냐는 것이죠. 굉장히 의아했다는 것이죠.

<나로우주센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진 연소시험.

액체산소 엔진의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이 액체산소를 활용해 발사체를 쏘아 올렸습니다.

북한이 발사체에 액체산소를 사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상온 추진제보다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윤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
발사체 같은 경우는 우주까지 날아가는, 다시 말씀드리면 공기가 없는 부분까지 날아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불을 붙이려면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산소를 싣고 가야만 됩니다. 그래서 추진제라고 우리가 통칭해서 얘기하는 거는 하나는 연료, 하나는 산화제 이렇게 두 개를 같이 싣고 올라가야 되는 게 발사체입니다.

문윤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
근데 우리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이 공기 안에 산소가 있는데, 이걸 그대로 실으면 기체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피가 큽니다. 그러면 이렇게 큰 발사체를 만들 수가 없으니까 얘를 냉각을 시켜서 액체로 만들어야 됩니다. 그게 영하 183도입니다.

기체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 엔진 기술.

북한의 지난달 발사는 한 단계 더 높은 엔진 기술에 북한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누리호 시험발사, 2018년 11월>

북한이 갖고 싶어 하는 액체산소 로켓 기술.

우리나라는 이미 2018년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문윤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 카운트다운이 나오잖아요. '진짜 저게 날아갈까? 밑에서 터지면 안 되는데…'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다음에 봤어요. 딱 보니까 발사대엔 이제 날아가고 없더라고요. 그래서 '야 다행이다 다행이다.'

이날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 개발국이 됐습니다.

액체산소를 활용한 로켓 엔진 개발은 매우 어렵습니다.

문윤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
이 엔진이라는 하나의 몸체 안에는 연소실에서는 섭씨 3,200도의 연소 온도가 들어가고, 그 바로 옆에서는 영하 183도짜리 아주 극저온의 냉각이 들어갑니다.

< 북한 천리마-1형 발사, 지난해 11월>

우리나라가 액체산소 엔진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5년 뒤, 북한은 천리마-1형을 발사했습니다.

곧바로 발사체를 쏠 수 있는 상온 추진제를 활용했습니다.

북한이 액체산소 엔진 개발에 나서기 전 사용했던 기술입니다.

문윤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
전쟁이 발발하거나 아니면 어디를 타격한다고 했을 때 바로 쏠 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상온용 추진제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무슨 점화제가 없어도 그냥 불이 붙거든요. 연료 하고 산화제만 만나면 그냥 불이 붙습니다.

상온 추진제 엔진으로도 이미 정찰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북한.

북한은 왜 지난달 굳이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엔진 시험에 나섰던 것일까.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북한이) 저온 추진제로 갔다는 거는 대추력의 발사체를 개발해서 거기서 더 큰 중량, 더 큰 무게의 위성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건 명확한 것이죠.

더 무거운 위성, 더 많은 정찰위성을 발사체에 싣기 위한 의도라는 겁니다.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지난 2010년대 이후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많은 미사일을 쐈죠. 결국, 타격을 할 수 있는 주먹을 많이 갖췄어요. 근데 문제는 뭐냐 하면 내가 타격을 정밀하게 하려면 타격 되는 표적들에 대해서 정확한 위치 정보 이런 걸 다 확인을 해줘야 하거든요. 상당한 눈, 결국은 이제 감시 정찰 자산을 통해서 타격 자산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겠다….

< 미국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 지난해 12월 >

Go Korea 425! Go spaceX!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우주 궤도에 첫 군사정찰위성을 진입시켰습니다.

우리 손으로 독자 개발한 위성.

하지만 그 위성을 우주로 실어올린 건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이었습니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미국의 발사체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김경민/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우리가 지금 (누리호를) 25년, 26년, 27년 세 번 더 쏴 성공하면 그 로켓은 언제 쏘아도 성공한다는 기술적 확신을 갖는 거예요. 어느 우주 선진국치고 로켓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쏘고 기술 검증을 안 받은 나라가 없어요.

두 차례에 걸쳐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김경민/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 기상위성 '천리안'이 올라갔지만 불란서(프랑스) 로켓으로 올라갔거든요. 700억 원 줬습니다.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 로켓이 있어야 된다고요.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국제 정서가 여러 가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급히 필요할 때 타국에서 우리 수요에 맞게 발사를 잘해주느냐. 그렇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실패는 했지만, 북한의 발사체 엔진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아직은 우리가 북한에 비해서 월등한 발사체와 위성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것 같죠. 다만 앞으로 얼마 정도 속도에서 차이가 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어요.

<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지난해 9월>

푸틴과 김정은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나로우주센터보다 140배나 큰 우주기지에서 만난 두 사람.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탄생시킨 우주 강국 러시아의 손은 북한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북한은 액체산소를 활용한 발사체를 쏘아 올렸습니다.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쓰는 이런 엔진을 어떻게 개발했을까 소리 소문도 없이…. 제가 어떤 생각이 딱 들었냐면 '러시아가 이걸 북한에 줬구나.'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불과 몇 달 사이에 새로운 연료 체계를 가진 엔진을 그렇게 발사한 사례는 극히 드물어요.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것은 러시아가 상당히 파격적으로 도와줬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죠.

여기에 지난 19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까지.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어쨌든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데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됐다. 발사체 발사 운영하는 기술에서부터 발사체 엔진도 최근 기술로 전수해주고 이러면 이제 굉장히 순풍을 타는 거죠. 그래서 아마도 이제 상당히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기회는 좀 더 열려있다, 북한에. 이렇게 보는 거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시>

손종운/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
누리호 75톤급 2단 엔진 7기, 그리고 7톤 엔진 6기를 10년 동안 조립하면서 지금까지 업무를 수행을 해왔고요. 최근에는 이제 다음 4차 발사에 사용될 75톤급 1단 엔진 2기에 대한 조립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종운 과장은 내년에 있을 누리호 4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누리호를 추가 발사할 예정입니다.

각자 지금 맞추는 위치에서 이게 위쪽으로 지금 (여기 전체 위치가?) 네, 전체 위치가 X축으로 지금 8mm 정도 올라갔고. 거의 8.9mm 올라갔고…

손종운/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
저희가 3개월 동안 조립을 해서 이제 고생한 엔진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납품할 때면 꼭 자식을 내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고 그리고 그런 엔진들이 발사체에 조립돼서 성공하면 행복감이라든지 자부심은 정말 엄청나게 큰 것 같습니다.

두 차례 성공했던 누리호 발사.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지난해 3차 발사부터 내년 4차 발사까지 2년 넘는 공백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권혁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팀장
2023년에 발사하고 25년에 발사하면 1년이 중간에 공백이지만 엔진 제작 기준으로 보면 한 3년 가까이 공백이 있었거든요. 이게 처음 4차, 5차, 6차 중에 4차 발사가 저희들 느낌으로는 1차 발사 같은 느낌입니다. 4차 발사가 결코 3차에 연속된 발사라고 긴장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i>2013년 1월 30일, 나로우주센터>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이자 누리호의 전신인 나로호.

나로호 1단엔 ‘RD-151’이라 불리는 러시아 엔진이 사용됐습니다.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그 당시에 러시아가 체제 전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주 발사체 개발 기관들이 대부분 재정난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상당히 염가로 우리에게 그 기술을 제공하고 발사체 관련 정보를 제공했던 거죠.

이제 러시아는 한국이 아닌 북한을 돕고 있습니다.

장영근/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김정은 위원장 속을 제가 몰라도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야 이제 돌파구 찾았다.'

한국의 나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우주항공청이 지난달 문을 열었습니다.

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위협적인 단계에 접근하고 있는 북한의 발사체 기술.

우주 공간으로 확장된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가 발사체 기술의 완전한 확보에 달려있습니다.

취재:강나루
촬영:강우용
촬영기자:신봉승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보현
조연출:유화영 김영일
번역: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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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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