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날 보호하지 않은 母 원망"..아빠 몫까지 사과하는 엄마에 '눈물' ('여행갈래')[종합]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이효리가 엄마를 향한 원망을 거두고, 자신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엄마를 이해했다.
30일 방송된 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에서는 이효리 모녀가 오붓하게 여행의 마지막 밤을 즐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효리는 옛날 이야기를 묻어두고 피하려고만 하는 엄마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효리는 "난 약간 내 마음을 오늘 알았다. 이번에 알았다. 내 마음 안에 상처가 뭐였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아빠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엄마 때문이다. 난 어렸을 때 '엄마가 날 데리고 어디로 가줬으면..'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이를 들은 엄마는 "그때는 내가 능력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아빠 도움 없이 네 명을 다 벌어먹이고 키우고 할 수 있냐"고 말했고, 이효리는 "분명히 내가 힘들 거라는 거 알지 않았냐"고 물었다. 결국 엄마는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했고, 이효리는 "그 점이 싫었다. 그 점이 날 지금까지도 슬프게 하는 점이라는 거다"라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나 집에 가고 싶다. 그만해라"라며 대화를 다시 피했고, 이효리는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더니 이야기하니까 그만하라고 하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원인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다. 엄마는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 보호를 안 한 거다"라고 속마음을 쏟아냈다. 이에 엄마는 "왜 보호를 안 하냐. 데리고 어디를 가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모녀 사이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이효리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엄마는 "이제 어디는 어떻게 좋고, 그런 이야기를 하자. 여행 온 소감 같은 거"라며 "거제도 앞바다에 다 던져버리고 가자"라며 여행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이효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저렇게 나약하지? 왜 저렇게 힘이 없고 나약하지? 너무 싫다. 나가서 아니면 어떤 방법을 취해서 나의 어린 시절 환경을 좀 더 개선해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원망이 있었던 거 같다"며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외출에 나선 이효리 모녀는 한 카페로 향했고, 그곳에서 카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엄마는 따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냐는 카페 사장님의 질문에 "너무 집요하게 물었다. 엄마, 아빠에 대해서"라며 웃었다. 이에 이효리는 "궁금하니까 그랬다. 듣고 싶은 걸 듣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꼭 들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효리가 홀로 카페 다락방을 구경하는 사이 엄마는 카페 사장님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소녀처럼 웃었다. 이효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난 항상 내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랐다. 근데 엄마도 마찬가지로 소소한 걸 들어주고 물어봐 주길, 이해해 주길 원했던 거 같다"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렸다.
엄마는 "그때는 왜 그렇게 남편이 무섭고 하늘 같고 그랬는지. 옛날에는 그랬다. 지금 같으면 안 그러고 산다. 지금 같은 배짱이고 이렇게 머리가 깨어있었다면 그때는 내가 무슨 수를 쓰든지 안 지고 살았다. 지금만 같으면"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후회했다.
앞서 엄마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을 쏟아냈던 이효리는 "엄마도 날 구출 안해준 게 아니라 구출할 수가 없었구나라는 마음이 드니까 좀 풀어지는 거 같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는 걸 느꼈다"며 엄마에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
또한 이효리는 엄마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는 말에 "엄마의 어둠의 상자에 있는 비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까만색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그걸 막 꺼내서 알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엄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엄마가 진짜 많이 힘들었겠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그리고 내가 받았던 상처보다 훨씬 더 큰 아픔들을 묵묵히 잘 감추고 살아왔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후 찜질방으로 향한 이효리 모녀는 다시 한번 속마음을 터놓았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못 하는 게 단점이란 걸 알면서도 그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는 딸 앞에서만큼은 바로바로 사과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랑을 못 줘서 미안하다. 효리야. 앞으로는 사랑 많이 주겠다. 남은 시간 충분히 사랑 많이 주겠다. 기대해라.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진심을 전해 뭉클함을 안겼다.
이날 저녁 이효리는 엄마를 위해 고사리 파스타를 만들며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지켜보던 엄마는 "대단하다. 아기로만 봤다"며 흐뭇해하면서도 "근데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아기 같이 보인다. 부모 마음은 누구나 다 그렇지 않냐"고 말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은 엄마는 큰딸과 남편에게 이효리가 요리를 해줬다고 자랑했다. 딸과 함께한 사소한 일을 신나게 자랑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이효리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효리는 "내가 엄마랑 30년 떨어져 있어서 엄마한테 못 해준 게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별로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엄마가 너무나 좋아하시는 걸 보고서 진짜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진짜 너무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저녁을 다 먹은 이효리 모녀는 나란히 앉아서 뜨개질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금세 뜨개질을 포기한 이효리는 엄마 옆에 누워서 평소 좋아하는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었다. 이효리는 "너무나 옛날의 엄마를 만난다면 내가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 말처럼 들렸다. 나라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인생을 잘 참고 저렇게 잘 살았다라는 존경스러운 마음과 딸로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기순아, 그냥 애들이고 뭐고 나랑 같이 도망가자. 여행 가자'라고 말해주고 싶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거슬러서 올라가면 어떻게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서로 힘은 별로 없었지만 어렵고 힘든 세월 속에서 그래도 엄마가 날 지켜줬고 나도 엄마를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그냥 존재 자체가 날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이 내 옆에 있다는 게.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엄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효리는 이날 엄마를 위해 한 달 동안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엄마는 딸의 그림 실력에 놀라움을 드러내며 행복해했다. 이후 이효리는 엄마와 나란히 누워서 잠을 청했다. 엄마는 "이리 와. 한 번 안고 자자"고 했지만, 이효리는 거절했다.
이에 엄마는 섭섭해하면서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포기해야 한다"고 했고, 이효리는 그런 엄마를 껴안았다. 엄마는 "엄마가 못 배우고 지식이 많았으면 너하고 좀 더 강도 높은 대화가 나눠졌고 아름다운 대화가 나눠졌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통틀어서 엄마, 아빠가 미안하다. 엄마가 아빠 몫까지 사과하겠다. 내 딸로 태어나서 고맙다. 진짜다. 너 아니었으면 엄마는 아무 의미 없었다. 이 세상 사는 재미가"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듯, 낮에 연습한 노래를 딸을 위해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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