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미국서 이 얘기만 했다”…하이닉스, ‘이것’에 82조 쏟아붓는다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4. 6. 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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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이천서 경영전략회의
미국 출장 崔회장 화상 참석
“美서 AI 말고 할 얘기 없어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
데이터센터에도 3.4조 투자
수펙스에 반도체委 첫 신설
올해 세전이익 22조원 예상
SK그룹이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는 모습. 2024.6.30 [사진 제공 =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지금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룹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경영전략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미국 출장 중으로, 이날 회의엔 화상으로 참석했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연달아 만나는 등 ‘AI 동맹’ 구축에 힘쓰고 있다.

SK 경영진은 경영전략회의에서 AI·반도체 등 미래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SK 관계자는 “그간 그룹 사업 방향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였다면 이번 회의에선 ‘AAA(AI·AI·AI)’라 할 정도로 AI 관련 논의가 대세를 이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매경DB]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청주 M15X에 공장 건설비 5조3000억원을 포함해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M15X의 경우 지난 4월 반도체 생산시설(Fab·팹) 건설 공사가 시작됐으며, 내년 11월부터 HBM을 비롯한 D램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내년 3월 1기 팹 공사에 착수해 2027년 5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34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2028년부터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또한 6세대 HBM인 HBM4 양산을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께 시작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2028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AI데이터센터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SK그룹은 1일부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AI·반도체 밸류체인에 관련된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서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며 위원회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 같은 특정 사업을 위한 위원회가 신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SK가 미래성장사업으로 점찍은 AI·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올해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 이어 6월 초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나는 등 ‘AI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영전략회의에서는 투자를 위한 재원마련 대책도 논의됐다. 2026년까지 AI·반도체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쓰일 목표 재원은 80조원에 달한다. CEO들은 운영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FCF는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영업비용, 설비투자,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한다. 배당, 유보,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SK그룹은 세전이익이 지난해 10조원 적자에서 올해 22조원 안팎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오는 2026년 그룹 세전이익 목표는 40조원대다.

SK 계열사들은 경영전략회의에서 합의한 방향성에 맞춰 올 하반기부터 각사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한 후 추진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솔루션 분야도 글로벌 시장에서 AI 못지 않은 성장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아 미래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린·화학·바이오 부문은 선택과 집중, 내실경영을 통해 질적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각사별로 진행중인 운영개선 등에 속도를 내서 시장에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컴플라이언스(준법) 준수와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CEO들에게 주문했다.

이번 회의는 각사 CEO들에게 공유와 시너지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성장 밑거름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 이번 회의 결론”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투자 활동은 SK 기업가치 제고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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