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39.9%로 역대 최저…“폭압적 정부에 대한 좌절과 무관심 반영”
29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과 유일한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예상 밖 1위를 거둔 배경으로 외신들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시민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필두로 한 종교지도층의 통치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거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선거 투표율은 39.9%로,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21년 대선(48.8%)은 물론 전체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찍었던 지난 3월 총선(40.6%)에도 못 미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란 내 주요 선거는 (최근) 3회 연속 최저 투표율을 경신했다”며 “이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종교지도층이 전례 없는 수준의 반대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투표 결과에 따르면 100만표 이상이 무효표였다”며 “사람들이 투표할 의무는 느끼면서도, 누구도 선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히잡 시위’ 등을 거론하며 “낮은 투표율은 정부의 폭력적인 단속 때문에 좌절감이 증폭된 이란인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YT는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이란 경제를 황폐화하고 이란인의 구매력을 위축시킨 것도 시민의 좌절감을 키웠다고 전했다.
7월5일 치를 결선투표에서 페제시키안 후보가 최종 당선될지 불투명하지만 당선되더라도 이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성직자와 공화주의자(세속 정치인)의 이원적 통치체제하에서 외교와 핵 문제를 포함한 주요 국가 정책을 형성하는 권한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에게 있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유권자는 페제시키안의 선거 공약 이행 능력에 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국가 안보 등 중요 문제의 최종 결정권은 하메네이에게 있지만, 정부의 수장이자 두 번째로 높은 고위 관리인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정하고, 도덕률이 얼마나 엄격하게 시행되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를 이끌 수 있다”며 당선 시 페제시키안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개혁, 사회 자유화 및 정치적 다원주의로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시스템은 흔들리고 있다”며 “7월 결선투표는 이란 사회의 균열과 정권의 취약성을 더욱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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