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개혁파 후보 깜짝 1위…‘뭉친 보수’와 5일 결선투표
의사 출신에 보건장관 지내
페제시키안, 42.5% 득표
2위는 하메네이 측근으로
38.6% 얻은 외교통 잘릴리
젊은층 투표율이 최대 변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추락사 이후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혁파 후보가 깜짝 1위에 올랐다. 다만 과반 지지율은 확보하지 못해 7월5일 결선투표에서 보수 진영 후보와 맞대결해야 한다. 보수 세력이 결집할 결선에서 개혁파 후보가 승기를 잡으려면 아직 투표하지 않은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나와야 한다. 정치에 대한 젊은층의 환멸이 결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내무부는 전날 치른 대선 투표를 잠정 집계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70)가 득표율 42.5%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극우보수 성향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는 38.6%로 2위에 올랐으며, 당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후보(63)는 13.8%에 그쳤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보수 4인 대 개혁 1인’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 여론조사에서 잘릴리 후보(24.0%)를 근소하게 앞선 적(24.4.%)은 있지만 실제 투표에서 그보다 더 많이 득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심장외과의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이력이 있으며, 5선 의원이고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그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단속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인지도가 높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교장관이 그를 지원하고 나섰다.
페제시키안 후보와 결선에서 맞붙게 된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꼽힌다. 이란·이라크 전쟁에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다쳐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으며, 2007·2013년 핵협상에 대표로 나서며 강경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잘릴리 후보 역시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다.
결선은 개혁파와 보수파 후보가 맞붙는 구도로, 각 진영의 표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잘릴리 후보가 3위 갈리바프 후보의 표를 끌어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갈리바프 후보는 잘릴리 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지지층에 보수의 승리를 위해 뭉쳐달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전 여론조사에서 갈리바프 지지자 중 다수는 잘릴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페제시키안은 잘릴리의 당선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표를 얻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투표를 외면했던 젊은층이 결선투표장에 나타난다면 페제시키안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그는 “우리는 다시 한번 일어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나라를 가난, 거짓말, 차별, 불의로부터 구하자”고 촉구했다. 알자지라는 “결선에서는 더 높은 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페제시키안 후보에게 대체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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